미국에
처음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이 실험실 ( lab )의 환경이었다.
요즘 우리나라 병원에서도 대학 병원을 중심으로 조금씩 실험실을 갖추고 research 연구를 하고 있지만 미국의 연구실과는 이건 정말 비교가 불가능한 되는 수준이었다.
연구동 건물도 몇 개 인지도 모를 정도로 많다.
우리 실험실만 해도 한 교수 밑에 직원이 8명 정도 - 물론 다른 교수와 겹치게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 이고 실험실 연구원들은 일체 임상에는 관여하지 않고 오직 실험만 한다.
아이디어는 물론 의대 교수가 내놓겠지만 실험 과정과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다 이 사람들이다.
임상 경험은 떨어지지만 실험실에 오래있다보니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그렇게 해서 많은 논문을 낸다.
미국의 대학에서는 논문의 양이 대학을 평가하고 매년 그 순위도 발표한다.
정말 말로만 듣던 'Cell' 'Nature' 'Science' 같은 곳에 논문을 실었다고 자랑하는 것도 정말 자주 본다.
참고로 미국 의대 교수도 월급이 고정 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얼마나 연구비를 따오느냐에 따라 결정되니 아마 더 열심히 연구를 해야 된다고 한다.
그리고 외래 시간도 일주일에 하루 내지는 이틀 정도로 매우 적어서 연구에 집중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환자 보느라 진이 다 빠져서 연구하기도 쉽지 않다.
아무튼
우리나라 의사 입장에서는 참 부러운 조건이라 말 할 수 있겠다.
( 의사 입장에서 물론 이런 창조적인 일이 뭐 좋은 것만은 아니다. 새로운 연구를 기획하고 실험하고 하는 일은 자발적 노력이 요구되는 데 떠밀려서 하는 일에만 익숙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환자 보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
내가 논문 좀 쓰려고 하면 환자 동의도 내가 받고 챠트 리뷰하고 결과 분석하고 통계 돌리고 영어로 다시 쓰고 - 영어 번역 작업이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ㅠㅠ - 그러는 데
여기 교수들은 환자 동의 받아주고 실험도 대신 해 주고 결과 분석 통계 분석도 누가 대신 해 준다.
외래에는 아예 연구원들 방이 따로 있는 데 어림 잡아도 10명은 넘는 거 같다.
그 많은 사람들이 환자 보는 데는 신경 안 쓰고 환자 데이터 관리하고 통계 돌리고 뭐 그러는 것이다.
- 참고로 말씀드리면 우리나라의 의대 논문의 대부분 통계는 의사가 직접 돌린다. 물론 대부분 어렵지 않은 통계이기도 하지만 의학 논문에 대해 통계학과 사람들이 이해가 조금 부족한 것도 있어서 직접 돌리는 게 편한 경우가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통계를 돌릴 때 내가 돌리던지 적어도 의사 중 통계학을 좀 하는 사람에게 부탁했지 순수 통계학 하는 사람에게 부탁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
이곳에 오니 직원 중 환자를 만나서 면담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의 경우 레지던트가 잠깐 설명하거나 외래 중 내가 직접해야 한다. 바쁜 와중에 이거 쉬운 일 아니다.
미국의 경우 대학 병원은 으례 그런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큰 병원 다니시는 분 중 연구 한다고 좀 자료 좀 쓰겠다고 하시면 좀 흔쾌히 허락해 주시라.
적어도 의사들 연구에 개인 정보 유출 될 가능성은 없다.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진짜 별 거 아니니 안심하셔도 좋다.
얘기가 옆길로 샜는 데...
아시다시피 이런 기초 과학 돈 많이든다. 어쩌면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예측 한 것이랑 반대로 나올 수도 있다.
우리나라라면 아마 그 건물을 외래 진료로 만들고 싶은 충동이 마구마구 일 것이다.
우리 연구실의 8명 직원 월급은 얼마고 또 외래 연구원의 급여는 얼마고
만일 실험 기자제 값이 하나도 안 들어 간다고 해도 직원 월급 300씩만 줘도 -거기 사람들 거의 다 박사다 최소한으로 잡아서 그렇다 - 20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대충 계산해 봐도 한 달에 고정 비용 - 건물비, 전기세, 수도세, 실험 물품비 - 포함하면 4-5000은 거뜬히 나올 것 같다.
동생이 다니는 회사는 매년 1조원 정도의 순이익을 낸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정유회사인데 매년 순이익만 1조원 넘게 낸다.
그런데 직원은?
안타깝게도 자동화 과정이 다 이루어져 지금은 직원을 더 충원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절로 공장이 돌아간다.
웃기게도 순이익이 아니라 매출액이 5000억 정도 밖에 안 되는 울 병원 이랑 직원 수가 비슷하다.
( 사실 병원은 서비스 업종으로 고용 창출 효과가 상당하다. 직원 뿐 아니라 간병인 장례식장 등등 많다 )
그러면 이렇게 적은 인원을 데리고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데 그럼 이런 낮은 고용 창출을 어떻게 하나?
이렇게 직원이 없으면 결국 돈을 벌어도 개인에게는 돌아가는 것이 별로 없이 기업 자체만 돈을 버는 그런 구조이다.
결국 기계를 통해서 얻은 만큼의 혜택은 정말 일부의 사람만이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런 현상은 최근 주위에서 참 많이 볼 수 있다.
과거에 지하철 역에서는 사람이 표를 팔았지만 지금은 다 자동 판매기가 대신 한다.
고속도로 하이패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초기 비용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아마 이제는 순이익이 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사람들의 고용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하철 역의 자동화나 고속도로 하이패스가 늘어나면
'노동자 몇 명이 직업을 또 잃겠구나'
말하면서 안타까워 하며 지하철 역의 자동 판매기나 고속도로 하이패스를 없애야 하나?
마찬가지로 자동차 회사에서 새로운 자동화 설비 로봇이 배치 되어 직원을 감소 시킨다면 ‘고용 창출이 줄어든다’ 고 주장하면 반대해야 되나?
당연하게도 이러한 자동화가 비록 인간의 노동 기회를 빼앗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여도 인간의 노동을 대신 할 수 있는 기계가 있슴에도
그 기계를 이용하지 않는 것 또한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지금이 19세기 러다이트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자동화는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기 때문에 인간의 노동 기회를 빼앗는 역할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노동을 대신할 수 있는 기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계 (혹은 방법)를 이용하지 않는 것 또한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사실 이러한 현상을 막을 방법도 없다. 이것은 시대의 대세이다.
그럼 무엇을 해야 되나?
역시 기계가 대신 할 수 없는 고차원적인 일을 해야 될 것이다.
그 고차원적인 일에 당연히 위에서 언급한 기초 연구도 포함 될 것이다.
기초 연구를 통해 직접적인 효과는 없을 지언정 꾸준히 투자 된다면 장기적으로 보아서는 향후 국가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고 고용 효과도 아울러서 획기적으로 좋아 질 수 있다.
기초 연구는 단기간의 결과는 장담 할 수 없지만 꾸준히 투자된다면 향후 얻게 될 이득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설사 결과물이 안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 인프라는 고스란이 국가 재산으로 남고 결국 엄청난 이득이 된 것이다.
물론 속되게 이야기 해서 큰 거 하나 빵 터지면 ( 예를들어 비아그라 같은 약 ) 정말 그 투자금은 금방 다 회수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런 거 해야 된다. 언제까지 베끼기만 하고 따라하기만 할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엔 고학력 시대에 싼 임금에 이런 일 할 사람 많다.
참고로 미국 포닥( postdoctor) 임금도 4만불 정도 밖에 안 된다. 같은 임금이라면 미국에 나갈 바에야 우리나라에 남지 않겠는가?
정말 복지를 하기 싫다면 이거 라도 했으면 좋겠다.
자원 외교로 얼마 4대강 으로 얼마 ( 요즘은 거기에 유지비까지 엄청 든다고 하던데) 썼다고 나오는 지금 참 안타깝다.
어차피 지금은 대학 졸업해도 지금의 산업 구조하에서는 일자리가 더 늘어나기도 힘들다.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때다.
'미국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활 영어 (0) | 2015.03.09 |
---|---|
미국의 수술실과 의과대학생 그리고 레지던트. (0) | 2015.03.07 |
영어 공부, 읽고 쓰기에 집중하자 ! (0) | 2015.02.26 |
Small talk 2-2 (0) | 2015.02.13 |
Small talk 2-1 (0) | 2015.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