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미국에서 있는 곳은 Duke 대학교의 실험실이지만 Murtha 교수님의 배려로 외래와 수술실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실험이야 한국에서 연속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저의 경우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나 참 궁금하였습니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악명이 높기로 유명한 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궁금했는데..
--> 메인 병원이랑 떨어져 있습니다.
아직 몇 번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겪은 것 한 번 이야기 해 보고자 합니다.
1. 산부인과 외래 건물과 수술실과 분만실이 있는 건물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외래와 수술방이 같은 건물에 있습니다.
만일 외래에 응급 환자가 온다고 하면 바로 입원을 시키고 수술을 시키거나 분만을 시키거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건물이 꽤 떨어져 있더군요. 응급시에는 엠브란스가 와서 데리고 간다고 합니다. 조금은 비효율적으로 느껴졌습니다.
--> 외래 앞에 있던 문구 ' 환자는 네 이름은 기억 못할 수는 있어도 네가 어떻게 느끼게 했는 지는 기억한다'
한국말로 멋있게 해석을 하려고 했는 데 잘 안 되네요
2. 환자는 방에 미리 들어가 있고 의사가 움직인다.
우리나라는 의사가 컴퓨터 앞에 앉아있고 환자들이 간호사들의 지시에 따라 들어옵니다.
그런데 미국은 방이 여러개가 있고 환자가 미리 들어가서 앉아있습니다.
컴퓨터는 있지만 아주 간단한 오더 내는 데만 쓰이고 의사는 주로 환자와 무릎과 무릎을 맞대고 이야기 합니다.
의사인 제 입장에서는 이게 참 불편하다고 느낀 것이 의외로 환자가 바뀌는 시간에 하는 일이 많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환자의 불편을 이야기 할 때 이야기 하면서 챠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환자가 등을 돌리고 나가는 순간 막 적는 데 여기는 그런 것이 되지 않습니다.
아 물론 챠팅을 더 해야 되거나 혹은 제가 모르는 그런 것 ( 무슨 약을 먹고 있는 데 임신 시 괜찮은 거냐 물어보았을 때 인터넷 검색 같은 거 ) 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약 오더는 잘 못 내면 안 되니 한 번 더 확인하기도 하고..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것들이 안 됩니다.
환자 이야기를 듣고 다시 공동적으로 쓰는 사무실로 와서 다시 챠팅을 하는 데 걸어 오는 도중에 환자가 하는 중요한 말을 잊어 버릴 가능성이 높은 거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 어 아까 환자가 이런 말 했는 데요’
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물론 환자 입장에서는 격의 없이 자기의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
3. 환자 면담 시간은 20분
면담시간은 20분 정도 였습니다.
저의 경우 한국에서 보통 5분 상담했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20분이더군요.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한 환자에 배당되는 시간이 20분입니다. 여기에는 의사의 이동 시간과 공동으로 쓰는 사무실에서 챠팅하는 시간도 포함됩니다.
사실 한국에서 환자 보는 시간은 5분이지만 외래 시작 전에 피검사나 엑스레이 결과 미리 확인하고 환자 나가고 또 정리하는 시간 까지 하면 더 걸리기는 하지요.
암튼 20분 정도 걸리다 보니 서로 농담하고 개인사 이야기 하고 그러더군요. 제가 따라 들어갔는 데 들어간 환자마다 제가 한국에서 왔고 미국의 의료 제도를 배우고 싶어서 왔다고 일일히 설명하더군요.
환자도 일일히 다 저에게 인사를 하고 ‘많이 배워가라’’만나서 정말 반갑다’ 뭐 그런 덕담도 하고. 환자들도 여유가 있으니 ‘ 너는 애가 몇 명이냐?’ ‘ 한국은 좋은 나라다’ 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가장 특이한 사람은’ 너 지금 Duke 에 있지만 농구 경기시에는 UNC 응원해라’ 그런 말 하는 산모도 있었습니다. 참고로 UNC 는 Duke 바로 옆에 있는 명문 대학인데 연세대와 고려대 처럼 서로 라이벌 관계입니다.
조금 여유가 있으니 참 좋더군요.
4. 초음파는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 산모들은 거의 올 때 마다 초음파를 봅니다.
물론 대학 병원의 경우는 매번 보지는 않지만 개인 병원의 아니 조금 큰 병원에서도 거의 매번 봅니다.
여기서는 그냥 애기 심장 소리만 들려주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휴대폰으로 초음파 동영상을 찍어가곤 하는 데 여기서는 휴대폰으로 심장소리를 녹음하더군요.
그런데 20주 미만의 경우 태아 심음 잡기가 쉽지 않아서 교수님이 고생을 하시더군요. 제 생각엔 아마 가격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초음파를 보면서 의사가 설명해 주는 것도 많은데.. 여기는 고위험이 아니면 자주 안 봅니다.
5. 분만하는 의사와 외래 보는 의사가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외래를 본 의사가 대개는 분만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는 당직 시스템으로 당직 의사가 분만을 합니다.
우리나라도 밤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데 여기는 낮에도 그렇게 합니다.
분만은 주로 레지던트가 하고 대신 담당 전문의가 한명이 있습니다.
다음에 수술방에서도 말씀드리겠지만 수술도 레지던트가 하더군요.
아무튼 분만과 외래를 좀 같이 보아야 환자와 친해지고 할 말도 많아지는 데 이런 면에서는 좀 안 좋은 거 같기도 합니다만 밤낮 없이 불려나오는 의사 입장에서는 편할 것 같기는 합니다.
6. 면담시에는 오로지 의사와 환자 만
우리나라에서는 환자를 볼 때 옆에 간호사가 있어서 도움을 주는 데 여기는 프라이버시 때문에 그런 지 간호사는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에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는 데..
결국 의사 혼자 들어가니 좀 부담이 더 되지 않을까? ( 환자가 뭐라고 했는 데 다른 말 하면서 잊어 버릴 수도 있고, 오더를 낼 때 확인이 필요한 데 물어 볼 사람이 없으면 불안 할 수도 있고 )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환자를 의사 혼자 본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숙련된 간호사가 진짜 필요합니다. 오더를 낼 때도 조언을 해 주는 경우도 많고 환자가 화가 났을 때 다독여 주기도 하고 환자가 과거 어땠는 지 무슨 말을 했는 지 상기시켜 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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