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가장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아기가 어떤 이유에서건 뱃속에서 사망하게 되는 일이겠지요.
이런 경우 산모가 제일 슬프고 정신이 없겠지만 담당 산부인과 의사도 멘붕이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뭘 잘 못 한 것이 아닐까?’
‘검사 중 무엇을 빼 먹은게 있나?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애기가 잘 못 되기 전에) 조금 미리 분만 하자고 그럴걸 그랬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지요.
만일 다른 병원에서 전원 된 것이 아니고 자기 자신에게 다니던 산모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황당함은 정도가 더욱 더 합니다.
오늘은 ‘자궁내 태아 사망’ 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합니다.
정의
보통 자궁내 태아 사망의 정의는 임신 19주 이후에 혹은 태아의 주수를 정확히 모를 때는 태아의 몸무게가 350g 이상 일 때로 정의 합니다.
보통은 태아 사망은 임신 주수가 증가 할수록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1000명의 분만 당 6.2 명 정도의 비율을 보인다고 하니 뭐 그리 적은 수는 아닙니다.
사실 이 숫자도 과거에 비해 굉장히 줄었는 데 그 이유 중 초음파가 발달하면서 태아의 기형을 미리 알게 되면서 임신 초반기에 선택 유산을 많이 하게 된 것이 숫자가 줄게 된 원인입니다. ( 우리나라도 더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겠죠 )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들로는
1) 흡연 이나 음주
2) 산모의 나이 증가
3) 비만 ( 안 끼는 데가 없는 듯 )
4) 과거 사산력
5) 태아의 몸무게가 적은 경우
6) 엄마에게 어떤 병 ( 고혈압, 당뇨 ) 등이 있는 경우
7) 태아의 몸무게가 많이 큰 경우
8) 마지막으로 쌍둥이나 세쌍둥이 임신인 경우
9) 초산모 ( 둘째 보다는 첫째가 가능성이 높음 )
10) 또 한가지는 흑인에서 빈번 하다 합니다.
등이 있습니다.
원인
원인은 태아측 요인, 태반 원인, 엄마측 요인 3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태아 측 요인 (25-40% )
태아가 선천적 장애를 지닌 경우 입니다.
다운증후군이나 터너 증후군 같은 염색체 이상이 있거나 태아가 어떤 원인에 의해서 바이러스 박테리아에 감염이 된 경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임신 중반기에 쿼드 나 트리플 검사 같은 기형아 검사를 보통 병원에서 많이 하는 데 이 때 정확도는 약 80% 정도 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 피 검사에서 기형아가 아니라고 다운 증후군이 아닌 것이 아니죠 ( 말이 좀 어렵다 )
그리고 이 때의 피검사는 단순히 다운 증후군이나 에드워드 증후군 정도를 알아 보는 검사로 다른 선천적 기형은 알 수가 없습니다. 특히 유전자 레벨에서의 기형은 알 수가 없습니다.
( 염색체 개수가 이상한 것만 알 수 있는 것이지요 )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의해 감염이 되어 태아가 사망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데 매독이나, CMV, parvovirus, 풍진 등이 그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균들이 양막을 타고 올라와 애기에게 감염이 되게 되고 그러면 초음파에서 애기가 퉁퉁 부어 보일 수 있어 이런 경우 분만을 빨리 하여야만 태아의 사망을 막을 수 있습니다.
2. 태반 측 요인 ( 25-35% )
태반 측 요인으로 가장 많은 것은 잘 알려진 대로 태반 조기 박리입니다. 사실 태반 조기 박리는 산모 측 요인 중 고혈압과 관련이 많은데 아무튼 전체 사산의 약 14%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양수가 많은 경우 애기가 배안에서 많이 놀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 지기 때문에 탯줄이 태아의 목을 감아서 애기가 질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탯줄의 기형이 있어도 사산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태반이나 양막에 염증이 생긴 경우도 여기에 해당 됩니다.
일란성 쌍태아에서 보이는 ‘쌍태아간 수혈 증후군’도 태아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쌍태아간 수혈 증후군의 경우 34 주 이전에 분만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
3. 산모측 요인 (5-10%)
산모의 고혈압이나 당뇨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두 가지 요인이 전체 사산의 5-8 % 정도를 차지하는 데 잘 아시다시피 산모의 고혈압이나 당뇨는 태아의 성장 이상이나 기형 태반 조기 박리 등 다른 요인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그 밖에 자가 면역 질환인 루프스나 anti cardiolipin Ab 등이 태반 이상이나 반복 유산 태아 성장 이상 그리고 사산과 연관이 있습니다.
사실 자가 면역 질환등은 혈액내에 색전증 등을 일으켜 위험 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4. 이유를 알수 없는 경우 ( 15-35%)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사산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사산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일 원인이 파악된다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을 산모의 죄책감을 누그려뜨리는 데 도움이 되고 또 의사 입장에서도 상담하기가 좋을 것 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원인을 모르는 것 처럼 불안 한 것은 없습니다.
산모에게는 자궁내 태아 사망이 발생 하였을 때 정신적으로 참 힘든데 그래서 자궁내 태아 사망이 진단이 된다면 되도록이면 빨리 유도 분만을 해서 임신을 종결 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의학적인 관점에서도 뱃속에서 사망된 상태로 태아가 너무 오래있으며 태아가 부패 되면서 산모에게 나쁜 물질이 전달되어 출혈 경향이 강해져 산모가 위험해 지기도 합니다.
기존에 사산의 경험이 있었던 산모의 임신
지난 번 임신에 사산을 했던 산모의 경우 참 예민해지고 걱정도 많습니다. 그러나 재발의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서 보통 1000명 임신에서 23명 정도로 보고 되고 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사산이 없었던 산모 보다 3 배 정도 높다고 하지만 워낙 빈도가 낮아서 의미있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만일 산모가 자가 면역 질환이나 고혈압 당뇨 등과 같은 원인을 가지지 않았다면 이 비율은 더 떨어질 것입니다.
보고가 하나 있는 데 별 이유 없이 산모가 사산을 한 경우 재발의 확률은 7.8-10.5/1000 명 정도이며 대개는 37주 이전에 일어난다고 합니다. 만일 37 주 이후 까지 애기가 건강하다면 그 확률은 더 떨어져 1.8/1000명 정도라고 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37주 이전에 조산으로 체중이 적은 태아가 태어났다면 다음 번 임신에 사산할 확률은 21.8/1000명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 사산이 되었던 산모보다 높게 나오는 것이죠 )
만일 사산의 원인이 조기 진통이거나 태반 측 문제 ( 임신성 고혈압이 있어서 생기는 태반 조기 박리 등 ) 였다면 사산이 재발 될 확률이 높고 반대로 엄마가 감염이 있었거나 혹은 쌍둥이인 경우에 사산이 되었다면 그 확률은 낮았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여기 흥미로운 보고가 하나 있는 데
' 만삭에 체중이 적은 태아 ( 저출생 체중아 ) 를 분만한 임산부가 다음번 임신에서의 사산의 위험이 약 2배 정도 증가하고
조산으로( 37주 이전 ) 체중이 적은 태아를 분만한 임산부가 다음 임신에서의 사산의 위험은 약 10배 정도 증가한다' ( Surkan et al, 2004 )
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 말은 체중이 적은 아이를 출산한 산모의 경우 지금 애기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다음 번 임신 시 주의가 요구 된다는 말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13주에서 24주 사이에 유산이나 사산을 한 경우 다음 번 임신에서 약 40% 정도에서는 조산이 생기고 5% 정도에서는 사산 그리고 6% 정도에서는 출생 후에도 신생아 사망의 확률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산전 검사
만일 자궁내 태아 사망이 발생 되었다면 그 원인에 따라 다음 번 임신 시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태아 사망이 탯줄이 목에 걸려 일어난 경우라면 재발의 위험이 없으니 안심을 하셔도 됩니다.
그러나 엄마가 당뇨가 있거나 혈압이 있는 상태에서 사산이 되었다면 혈당과 혈압 조절을 더 엄격히 해야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엄마가 자가 면역 질환이 있다고 하면 역시 치료를 다 한 후 임신을 하던지 조절을 잘 해야 할 것입니다.
Weeks 라는 사람이 재미있는 실험을 했는 데 전에 자궁내 태아 사망의 경험이 있는 산모를 관찰했는 데 임신 32주 전에 사망한 태아는 1명이며 대부분이 이상 소견이 없었고 3명에서만 태아의 운동량이 감소 한 것으로 보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번 태아 사망의 시기와 태아의 위험이 발견 된 시기와 연관이 없어 보인다고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들이 결론은 당뇨나 고혈압이 없는 산모의 경우에 임신 32주 즈음해서 태아 감시를 시작해도 괜찮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실제 외래에서는 32주를 넘게 되면 산모의 요구에 의해 혹은 의사의 요청에 의해 검사가 더 빈번해 지고 관찰을 많이 하게 되고 이는 의사 때문에 생기는 조산의 원인이 됩니다. ( 자꾸 의사가 산모에게 괜찮냐고 물어보거나 배 안아프냐고 물어 보면 없던 진통도 생기는 것 같고 결국은 출산을 고려하게 됩니다 )
만일 자궁내 태아 사망이 된 경우 산모가 전에 제왕 수술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28주 이전이라면 질식 분만 ( VBAC ) 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ref)
23rd edition Williams obstetrics
Management of Stillbirth - ACOG Practice Bulletin No 102, March 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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