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은 황석영의 장길산 이후 감동적인 역작이다.
특히 소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이름들은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누군지 짐작이 가는 그런 즐거움도 선사한다.
소설을 읽은 후 인터넷이나 책을 찾아 보아 실제 인물과 비교를 해 보았다.
김진 ( 이준 ) -
삼풍백화점 회장으로 이 책의 실제적 주인공
만주에서 특무대 보조원이 되면서 독립군 색출에 힘을 쓰고 해방후에는 미군에서 일을 하며 CIC 에 근무한다. 막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강남의 땅을 통해 부를 축적하며 5.16과 신군부의 쿠테타로 정권이 바뀌여도 승승 장구 하는 인물이다
장영숙(장영자)
엄청난 미인으로 나오며 이혼을 2번 했고 이희철과 결혼하는 인물로 나옴. 사채업자로 정권의 실세로 부를 축적하다 결국 구속과 수감을 반복하며 인생의 후반기를 감옥에서 허비한다.
이희철 (이철희)
만주시절 정보 장교로 미군정 시절에 김진을 만나 그 곳에 김진을 소개시켜 주었으며 그 후 군인이 되어 역시 승승장구한다. 유정회 국회의원이 되며 나중에 장영숙을 만나 사채시장을 쥐락펴락하다가 결국 부담을 느낀 신군부에 의해 징역 15년을 살고 몰락한다.
강은촌(김태촌)
광주에서 활약을 하다가 서울로 올라와 북구파( 서방파 )를 결성하는데 홍양태 ( 조양은 ) 와 운명의 대결을 벌인다. 그러나 둘은 감방에서 만나고 또 무등파( OB파)를 견제하기 위해 힘을 합치기도 한다
홍양태 (조양은)
충장로파 (양은이네, 양은이파)의 두목으로 이 소설에서 자세히 그의 활약상이 나온다. 어릴 때 부터의 지방의 학교에서 그의 활약상이 그려지고 그후 건달이 된고 나서 모나코 호텔 (사보이 호텔 ) 사건 이후 주먹계를 평정하며 그 후 각종 호텔 카지노 이권사업에 관여하며 세를 키워나간다.깎은 듯이 잘 생기고 세련된 차림의 도시내기이지만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는 사람으로 묘사 된다. 신군부때 징역 15년을 언도받고 나오지만 그 후 여러 문제로 부침이 있고 도박에 빠지기도 한다.
전대진, 전대일 (정덕진, 정덕일)
90년대 슬롯머신 사업으로 거부가 되고 정치자금과도 결부가 되는 사람으로 처음에는 강은촌의 비호아래 사업을 하던 호텔 오락장 업주. 이 소설에서는 잠깐 이름만 나오는 정도
임정아 (박승현)
삼풍 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최후로 구출된 사람. 백화점 점원으로 백화점이 무너진지 17일 만에 구조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 중 가장 대중적이며 당연하게도 우리와 비슷하게 금력이나 재산이 없는 우리 곁에 흔히 발견되는 우리 이웃
김창수(김창룡)
만주에서 독립군 잡는 고용 밀정으로 상등병 시절 김진을 발탁하여 교육 시키고 안내함.
해방후에는 김진의 도움으로 미군정에서 일을 하며 김구 암살범의 배후로 의심 받기도 함. 박정희를 잡아서 남로당 명단을 확보하고 박정희를 살려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함. 그러나 부하의 손에 죽음을 당함
이동수( 이동재)
무등파 ( ob 파)의 보스로 강태촌과 홍양태 사이에서 제 3의 세력을 형성하나 결국 이 파의 협공에 난자 당하고 미국으로 도망간다
모나코 호텔(사보이 호텔)
홍양태가 일으킨 사건의 장소.
홍양태가 진상사( 신상사)파를 급습하여 세력을 키우는 분기점을 마련하게 되는데..
이 사건으로 서울의 주먹패의 판도가 달라지는데
첫째 세대 교체가 단행되어 나이 든 서울의 토박이 주먹들이 물러나게되고 호남파가 패권을 다투게 되고
둘째 맞짱을 뜨거나 의협을 내세워 자유롭게 구역을 넘다들던 전통적 의미의 건달이 사라지고 사업과 이권을 좋는 근대적인 폭력 조직이 등장하게 된다. 그 이후 주먹 대신에 연장을 쓰는 실질적인 폭력만이 살아남게 된다.
대성 백화점 (삼풍 백화점)
너무나 유명한 사건. 김진이 소유한 백화점으로 1995년 무너진다.
광복 이후 단일 사건으로는 최고 사망자를 낸 사고로 500명이 넘게 사망했다.
이소설의 또다른 주인공인 박선녀도 이 붕괴 사고로 임정아 옆에서 죽음을 맞는다.
오종오 (오종철)
홍양태의 보스로 사보이 호텔 사건을 일으킨 후 강은촌에게 무교동 엠파이어 호텔 앞에서 린치를 당해 쓸쓸히 무대에서 사라지게 된다.
박정희, 김재규, 안두희, 김구, 박상희등 실제 인물들과 기존의 알고 있던 사실들에 참작하면 약간 바꾼 등장 인물의 이름은 누군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이름은 실제이므로 소설가 자신이 80%는 사실이라 고백했듯이 여기에 나와 있는 사건은 거의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본 소설은 강남을 배경으로 우리나라의 고도 성장의 그늘을 팩트는 간략하고 명확하게 다큐멘타리처럼 처리하고 주인공의 일상을 다루는 것은 드라마틱하고 세밀하게 묘사하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김진을 비롯한 정치적인 인물들을 작가는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사람을 그리려고 했다. 일본군의 앞잡이로 시작한 주인공이 실제로는 먹기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이며 그들이 개인적으로 성격이 나빠서 밀정을 하고 첩보원을 하고 사람을 죽이고 한 것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고 더 욕심을 부리려 하다가 그렇게 된것임을 말하며 그들의 삶이 특별히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담담히 그러내고 있다.
박정희의 경우 그가 가지고 있는 꿈과 그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어긋나게 되는지 보여주며 역사적으로 표독하고, 잔인하고, 간교했던 김창룡의 모습도 왜 그런 길을 선택하고 시작했는지 보여 준다.특히 빨갱이 처단에 앞장섰던 관동군 출신 김창룡이 남로당 출신 박정희를 살려주는 대목에서는 인생의 여러 가지 국면을 통해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복잡한 것인가 보여준다.
작가는 해방 후 부의 형성과정이 얼마나 꼬이고 뒤틀렸는지를 짚어냈다. 일제 때는 미군정청이 적(일본)이 남긴 자산 즉 적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친일파에게 특혜를 줬고, 일제가 남긴 신사와 사찰은 기독교에 불하했다. 정권은 강남 개발을 통해 막대한 정치자금을 마련했다. 한마디로 남한 자본주의의 형성과정에 사기와 협잡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장 시간의 파란 만장한 한국사의 스토리를 압축하여 보여 주니 잠시도 한 눈을 팔 틈이 없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정도 용량의 사료로 만일 조정래씨가 썼다면 한 5권 분량의 장편 소설은 충분하지 않았을까?
이 소설의 대부분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잘 알고 있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이 과연 행복했을까 하는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그 사람들은 보통 사람과는 다른 궤적을 가지고 성취감도 느끼고 나중에는 몰락했을 지언정 돈도 많이 벌고 그랬다.
그러나 내가 이책에서 가장 감명 깊게 본 것은 제일 마지막 장인 ‘ 여기 사람 있어요’ 이다.
여기서 정아는 대성 백화점에 취직을 하게 되는데 첫 월급 타는 날 파출부인 엄마와 사기를 당하고 집에서 소일 거리를 하는 아버지와 소아마비 동생 순아와 평소 그렇게 먹고 싶던 케익을 사서 서로 나누어 먹고 나서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부자집에서 파출부를 하는 엄마는 돈이 많아도 그 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고 있다.
- 네가 취직도 하구 월급도 받아오게 된 게 너무 꿈만 같다.
- 인제 시작인데 뭘..... 더 열심히 몇 년 다니면 월급두 많이 오를거야.
-그래, 우리 식구 앞으루 무슨 어려운 일이 있겠냐. 집두 있겠다. 너하구 나하구 둘이 벌면 금방 저축도 많이 할 수 있을 테구. 부자들두 무슨 걱정이 그리 많은지 우리보다 별루 잘 사는 것 같지 않더라
중략
- 엄마, 내가 나가는 점포에 오는 손님들 보면 정말 돈 잘 쓰더라. 내 월급의 몇배 되는 애들 옷을 여러벌씩 사가는 거야.
중략
- 그래봤자 좋은 차에 널찍한 집에 사는 거지 머. 새끼 밥 먹구 사는 건 마찬가지야. 우리가 남에게 해 끼치고 산 적 없잖아. 엄마, 나 정말 열심히 살 거야.
중략
정아는 엄마를 끌어 안았고 점순도 딸을 꼭 안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렇다.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은 이게 아니었나싶다.
평범한 우리들의 가난한 행복 말이다.
부자들도 문제를 안고 있으며 모두 행복하지는 않다는 거.
그리고 부자가 되기 위해 긴장하고 자존감 상하는 삶을 살아야 하며 언제 낭떠러지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어야 된다는 사실.
고도 압축 성장 속에 부작용도 참 많았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제법 잘 살게 되었다.
외국에 나가도 이제 우리나라를 모른다거나 막 무시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왜 이렇게 팍팍한지
밥 굶는 사람 없고 30년 전보다 훨씬 물질적으로 살기 좋아졌는데 왜 이리 행복하지 않은지 또 왜 그리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인지..
이 책을 통해 인제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고 나누는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앞으로만 달려가는 그런 삶에 한 번 쯤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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