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과 임신

임신부와 코비드 백신

다린이아빠 2021. 12. 10. 03:04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백신 패스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백신 접종을 서두르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백신을 맞고 싶어도 몸 상태가 걱정되어 접종에 소극적인 분들도 있겠죠. 그중 하나가 ‘임신부’일 텐데요.

 

 

오는 18일부터 임신부 백신 접종이 시작됩니다. 몇몇 언론이 일부 다루기도 했고, 인터넷에도 관련된 임신부들의 질문글이 많이 보입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저도 하루 몇 번씩 코로나 백신에 대한 질문을 듣습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그렇듯, 백신이 두려운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과학적, 논리적 접근이 현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가장 옳은 방법임을 믿습니다. 

 

해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Q&A 형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코로나 백신은 임신부에게 안전한가요?

 

오늘 기준, 국내 백신 1차 접종률이 전체 인구 대비 78.1%이고, 접종 완료 비율은 60.8%입니다. 1차 접종률이 78.1%(더 늘겠지만)인 만큼 접종 완료 비율도 계속 늘어가겠죠. 성인 기준으로 접종을 시작한 사람은 90%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남은 건 (성인 중) 임신부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전 세계 인구 중 임신부 비율은 약 1%쯤 된다고 합니다(아, 백신 절대로 안 맞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임신부는 아무래도 배가 나오니 숨쉬기가 불편해 호흡기 감염에 취약한 면이 있습니다. 해서 국가에선 임신부에게 무료로 독갑 접종을 해주지요. 임신부는 독감에 잘못 걸리면 정말 죽으니까요(이렇게 정부에서 무료로 하는 사업은 다 이유가 있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결정됩니다. 쓸데없는 데다 나랏돈을 쓴다고 누군가 지적하면 그 일을 추진한 사람은 감당이 어렵죠).

 

미국 보건 당국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에서는 이미 12세 이상의 사람이면 누구나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허가하였습니다. 여기에는 임신부, 수유부 그리고 앞으로 임신을 계획 중인 사람도 포함됩니다.

 

한국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접종하고 있고 안전성이 확보되었으므로 걱정마시고 맞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CDC의 임신부 코로나(COVID) 백신 광고

 

영국의 임신부 코로나(COVID) 백신 광고

 

그리고 독감 백신에서 볼 수 있듯, 백신의 가장 주목적은 병의 중증 혹은 사망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언론에서 선정적으로 돌파감염 어쩌구 이야기하는데, 돌파감염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드문 사례입니다. 더 중요한 건 감염 후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백신이 예방한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제가 근무하는 곳은 코로나 전담 병원입니다. 환자들을 보면, 델타 변이가 퍼진 이후 감염된 산모의 예후는 확실히 안 좋아졌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임신부 감염자도 늘었고, 보통 10일 정도면 퇴원하는 데 산소 포화도가 회복되지 않아 1달 이상 입원하는 산모도 있습니다.

 

산모를 주로 보는 산과 의사로서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익이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보다 크다고 단언합니다.

 

임신부들, 꼭, 백신 접종하시라는 말씀드립니다(불안해하면 남편이 잘 설득해 주시길!). 

 

 

2. 임신부인 나는 집 밖에도 잘 안 다니는 데 꼭 맞아야 하나요?

 

우리 병원 데이터를 보면 코로나에 걸린 100여 명의 산모 중 30% 정도는 남편에게 감염되었습니다. 남편이 주로 경제생활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하루에 2,000명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때 무인도에 있지 않는 한 감염을 100% 예방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 외 다른 30%는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습니다. 아무리 집에 있으려고 해도 한 번씩은 외출을 하게 되고 밥도 먹을 수 있고 그렇습니다. 또한 집에 누가 놀러 올 수도 있지요. 그 때 집안에서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기도 현실적으로 어렵죠. 24시간 우주복을 입고 있지 않는 한, 산모가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차라리 백신을 맞고 조금 마음 편하게 다니는 것이 낫습니다.

 

 

3. 1차를 맞은 후에 임신하면 언제 2차를 맞아야 하나요?

 

화이자나 모더나의 경우는 1차 접종 후 보통 3-4주 이내에 맞는 것이 좋습니다. 늦더라도 1차 접종 후 6주 이내에 맞는 것이 좋다고 하구요. 

 

(원래 백신 2차 접종은 접종할 시기보다 더 빨라지면 안 되지만 늦어지는 건 괜찮은데, CDC에서는 이렇게 말하네요. 전통적인 백신과는 다른 mRNA 백신이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는 12주 간격으로 맞으라고 합니다.

 

많은 산부인과 의사는 임신 초반기, 특히 8주 이전에 유산이 많이 되기에 8주까지는 백신 접종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저절로 유산이 되었는데 산모들이 백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인과 관계를 밝히기 어렵죠.

 

그래서 1차 접종을 한 후 임신이 되었다면, 8주가 지난 후에라도 – 원래 맞기로 한 날짜보다 더 늦게라도-  2차 백신을 맞으면 이는 다른 백신들과 마찬가지로 2주 후에 항체가 생기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또다시 백신을 맞을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늦게라도 2차를 맞았으면 항체가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고 걱정하지 맙시다.

 

 

4. 코로나 백신을 인플루엔자 백신과 같이 맞아도 되나요?

 

예, 상관없습니다.

 

상관은 없지만, 저는 조금 시간차를 두라고 말씀드립니다. 실제로 코로나 백신을 맞고 너무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두 가지를 한꺼번에 맞으면 더 아프겠지요? 허나 급하신 분들은 같이 맞으셔도 됩니다.

 

언론에서 하도 난리를 치지만 막상 제 주위에선 백신 맞으신 분들 중 몸져누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실제 아픈 사람이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위 도표에서 3번 문항 ‘두 가지 이상의 생백신’ 때문에 백신을 동시에 맞으면 안 된다고 흔히 알려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생백신(실제 균을 약하게 하여 만든 것, 풍진 백신이 대표적)도 일본뇌염/폴리오(소아마비) 생백신만 아니면 괜찮습니다.

 

 

5. 모유수유 하는데 백신을 맞아도 될까요?

 

물론입니다(우리같이 경륜이 풍부한 의사들 끼리 있을 때 쓰는 전문 용어를 빌리면 당연빠따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백신 자체가 바이러스니까 백신을 맞으면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가 감염될 수 있다고 하는데, 코로나 백신은 바이러스도 아니고 감염을 일으키지도 않습니다.

 

현재 동물연구, 백신을 접종한 임신부의 상태 등에 대해 연구가 계속되며 관련 의학적 내용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규모이긴 하지만 코호트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코호트 연구(Cohort study)란 전향성 추적조사를 의미합니다. 특정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추적하고 연구 대상 질병의 발생률을 비교하여 요인과 질병 발생 관계를 조사하는 연구 방법이죠. 요인 대조 연구(factor-control study)라고도 합니다)

 

여러 연구 결과 현재까지 나온 바로는 백신을 접종 받은 임신부에서 항체가 형성되고, 항체는 태반을 건너 아기에게 갑니다. 또한 출생 후에도 모유 수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되어 아기의 혹시 모를 코로나 감염도 예방해 준다고 합니다.

 

신생아가 코로나에 걸리면 정말 골치 아프죠. 소아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참 대책이 없습니다. 마스크를 계속 씌울 수도 없고요. 모유 수유 때도 꼭 백신 맞도록 합시다.

 

(일부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만 노출되면 똑같이 감염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노출되는 바이러스양도 중요하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항체량도 중요합니다)

 

 

6. 코로나 감염된 적이 있습니다. 자연 면역이 될 텐데 꼭 백신을 맞아야 하나요?

 

예, 그렇습니다. 

 

역시 우리 병원에서 검사해 보니 감염되었던 사람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코로나 항체가 없습니다. 코로나 항체는 자연 감염보다 백신이 항체가 더 잘 생깁니다. 

 

실제 연구를 보면, 코로나에 걸린 사람의 항체량은 사람에 따라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아마 변종이 많아 그럴 것으로 추정합니다. 

 

중요한 건 코로나에 감염된 후 백신을 맞으면, 더 오래 코로나로부터 보호될 수 있다고 합니다. 어차피 공짜니까 꼭 접종하도록 합시다...! 

 

 

7. 코로나 백신으로 인해 태아가 기형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동물연구와 백신을 접종한 임신부 연구에서 어떠한 유해 결과는 없었습니다.

 

초반에 언급하였지만, 현재와 같이 수많이 데이터가 오고 가고 있는 정보화 사회에서 수많은 학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습니다. 마이너한 부작용이라도 지나치기는 어렵습니다. 

 

아마 태아 기형이 생기거나 유산이 되었으면 이미 먼저 사용한 다른 나라에서 알려졌을 것입니다. 

 

 

 

8. 백신을 맞고 술을 먹어도 되나요?

 

임신부 관련은 아니지만, 궁금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음식이나 술을 먹었다고 백신의 효과가 떨어진다거나 위험해진다거나 하는 보고는 없습니다. 다만 술의 경우, 그 자체만으로 머리가 아프고 피곤 할 수 있어서 백신의 진짜 부작용과 헷갈릴 수 있습니다.

 

그냥 백신 맞고 술 먹지 맙시다.

 

 

 

 

 

코로나에 걸리면 10일간 격리를 해야 하고 기침도 자주하는데다 심해지면 폐렴도 걸리고... 옆에서 보면 아주 괴롭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입원해서 펑펑 웁니다. 제 입장에선 코로나에 걸려 괴로워하는 임신부와 그 가족들을 자주 접하다보니 백신 거부를 주장하고 전파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미워서 때려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델타 변이 이전에는 (젊은 사람 중에서) 무증상 감염자도 많았으나, 델타 변이 이후에는 적어도 임신부 중에선 증상이 심한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이겨 낼 수 있는 방법은 방역과 백신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현재까지 8명 중 1명이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500명 중 1명이 코로나로 인해 사망하였습니다. Worldometer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사망이 500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젠 그 지옥같던 코로나 국면도 뭔가 끝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지옥같던 코로나 국면을 확실히 벗어나기 위해, 곧 맞이하게 될 ‘위드 코로나 시대’를 위해 얼른 접종 서두릅시다.

 

추가: 임산부 역시 부스터 샷도 꼭 맞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