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방명록에 글을 쓰신 분에 대한 답변을 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글도 오랜만에 쓰게되었네요.
그 분은 지금 임신 25주 인데 분만 방법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본인은 처음부터 제왕분만을 하고 싶고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제왕분만을 하는 것이 정말 두렵다고 하셨습니다.
질식분만 ( 자연 분만 ) 이 좋으냐 제왕분만이 좋냐? 하는 문제는 '탕수육의 부먹 찍먹' 논쟁 그리고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 와 더불어
'인류의 3대 난제'로 참으로 오래되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 입니다.
하지만 탕수육의 부먹 찍먹은 최근 물자 절약의 경향으로 찍먹이 대세로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는 이미
10년 전 쯤 엄마 쪽으로 거의 귀결되는 분위기 입니다 ( 이글을 읽으시는 분 중 아빠가 더 좋은 사람 손들어 보세요 )
하지만 질식분만과 제왕분만은 아직도 논의 중이고 서로 갑론을박 하며 여전히 논쟁 중 입니다.
(아래에 나오는 자료는 저희 산과 학회에서 가장 큰 미국산부인과 학회와 역시 가장 큰 논문 중 하나인 Obstet & Gynecol 에
Safe prevention of the primary cesarean delivery 라는 제목으로최근 publish 된 자료입니다. 정말로 따끈따끈한 자료입니다. )
최근 미국 산부인과 학회에 따르면 미국 산모 3명 중 1명이 제왕절개로 분만을 하고 있으며 최근 증가 속도가 좀 감소되기는 하였으나
지난 15년 동안 15% 정도나 증가되었습니다.
CD 가 Cesarean delivery, VBAC 는 vaginal birth after cesarean 그러니까 제왕 분만 후 질식 분만 최근에 많이 줄고 있슴
primary CD 는 처음으로 제왕 분만을 하는 것 참고로 제왕분만의 가장 많은 부분은 처음에 제왕절개를 하고 다음에
다시 제왕절개를 하는 것임.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아 지난 30년간 거의 8 배 정도의 증가가 되었습니다.
분만 자체가 태생적으로 질식분만이던 제왕분만이던 분만 방법에 상관 없이 위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듯 제왕절개는 어떤 경우 전치태반이나 태반 조기 박리 등 어떤 상황에는 꼭 해야 되며
분명히 산모나 태아에게 유리한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 미국의 제왕절개율, 보면 각 주마다 상당한 편차가 존재하며 실제로 병원 내 주치의에 따라서도 차이가 많이 납니다.
이 사실은 제왕 절개의 절대적 가이드 라인이 없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병원 별로 차이가 많이 납니다.
-->labor arrest; 애기가 정상적인 진통에도 불구하고 안 내려오는 것 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non-assuring fetal tracing ; 진통 시 애기가 건강하지 않아 응급으로 수술 하는 것 이 다음으로 많군요
그런데 이게 사실 좀 의사들 마다 주관적이어서 좀 그렇습니다.
조금 기다리거나 약을 강하게 쓰면 애기가 잘 내려오기도 하고 실제로는 괜찮은 데 애기 건강이 나쁘다고 수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사들 퇴근 시간과 관련이 없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제왕분만이 증가됨에도 불구하고 산모나 태아의 유병률이나 사망률에는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제왕분만이 그렇게 좋다고 하면 이렇게 빈도가 증가되었으니 산모나 신생아의 사망률은 감소되어야 하는 데 이런
순작용 없이 제왕분만률만 증가 된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 위험 | |
결과 | 질식분만 | 제왕분만 |
엄마측 위험 |
|
|
심각한 유병률 | 8.6% | 9.2% |
사망률 | 0.9% | 2.7% |
모성 사망률 | 3.6:100,000 | 13.3:100,000 |
양수 색전증 | 3.3-7.7:100,000 | 15.8:100,000 |
3도 혹은 4도 회음부 열상 | 1.0-3.0% | 없슴 |
요실금 | 2년 후에는 두 그룹간 차이 없슴 | |
분만 후 우울증 | 차이 없슴 | |
태아측 위험 |
| |
열상 (laceration) | 없슴 | 1.0-2.0% |
호흡기 곤란 | <1.0% | 1.0-4.0%(진통 없을 시) |
견갑 난산 ( shoulder dystocia ) | 1.0-2.0% | 0% |
--> 유병율이라 함은 그냥 병이 걸린 상태입니다
일반적으로 요실금은 질식 분만 하고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 실제로 연구해 보니 2년 후에는 같다고
회음부 열상은 제 글 중 회음절개를 참고할 것
태아측 열상은 제왕절개를 할 때 가위를 쓰는 사람이 있는 데 가끔씩 자궁을 자르다가 애기 귀를 자르기도 하고
아니면 자궁을 열 때 칼을 쓰는 데 이때 애기가 다리나 머리를 베기도 합니다.
호흡기 곤란은 폐에 양수가 가득 차 있는 데 진통을 겪으면서 질로 애기가 나올 때 그 양수가 빠져나오는 데 제왕
분만의 경우는 그런 게 없으니 물이 차 있게 되고 결국 호흡 곤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견갑난산이란 애기가 보통은 머리가 배보다 큰 데 머리는 나왔는 데 어깨가 안 나와서 고생하는 경우로
산모가 당뇨가 있을 때 이런 일이 잘 생깁니다.
아 물론 우리나라의 입장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모 나이로 인해 제왕분만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위험성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자위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산모의 나이가 많지 않은 미국의 경우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분만을 해야 될까요?
저는 외래에서 산모들에게 처음부터 제왕분만 보다는 진행 상황을 봐 가면서 제왕분만을 하는 것이 낳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드리곤 합니다.
그 말의 근거에 대해서 오늘 한 번 말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제가 생각하는 자연분만의 가장 큰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질식 분만은 자궁 경부가 개대 되면서 자궁 경부를 통해 애기가 나오게 됩니다.
--> 자궁 경부의 개대 정도. 오른쪽 아래쪽이 자궁이 가장 많이 열린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 번 개대된 자궁 경부는 다음번 임신 때도 잘 개대가 됩니다.
마치 풍선을 한 번 어렵게 잘 불고 나면 다음번 불 때는 쉬워지는 것이랑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첫째를 자연 분만한 엄마가 다음 번에 혹시 애기가 유산이 되었다던지 하면
수술이 쉽습니다 (보통 소파술이라고 하고 정식 명칭은 자궁 경부 개대 및 소파술 입니다 )
어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분들을 그냥 외래에서 수술하기도 합니다.
만일 출산 경험이 없는 경우라면 정말 엄두도 못 낼일입니다.
유산 이외에도 자궁 내막에 폴립 같은 것이 있어도 자궁경부의 개대가 쉬워서 수술이 쉬워집니다.
소파술은 산부인과에서 제일 많이 하는 수술인 데 교과서적으로는 35세가 넘어서 출혈이 되면 무조건 소파술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참고로 자궁 내막이 얇으면 -5mm 이하- 안 할 수도 있습니다만 )
그러나 만일 한 번도 애기를 낳으 적이 없거나 혹은 자궁이 전혀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을 했다고 하면
자궁 경부가 개대가 안 되기 때문에 전신마취를 해야 되고 그래서 그 수술을 위해서 입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소파술을 있는 구멍을 가지고 수술을 통해 시행 하는 것이므로 그냥 쉽게 위 내시경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 소파술이란 이런 식으로 내막을 긁어 내는 것입니다.
제가 며칠 전 자궁 내막에 암이 있어서 소파술을 하는 데 아마 그 분도 애기를 낳으신 적이 없어서 수술할 때 자궁을 개대 시키는 데 엄청 고생을 했습니다.
결국 수술이 어려웠는 데 소파술 하다가 자궁이 천공 되었고 소장까지 손상을 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다시 개복하여 손상되었던 장 절제술을 받고 연결술을 받았습니다.
만일 애기를 낳으신 경험이 있으시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만일 질식 분만을 하다가 수술한 경우는 어떠할까요?
그렇습니다. 그런 경우도 수술이 용이합니다.
왜냐하면 분만이 진행되면서 자궁 경부가 어느정도 열리기 때문에 아주 안 열린 사람보다 수술이 용이합니다
그러니까 만일 자궁이 열리면 열리는 만큼 이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구나 분만 중 자궁 문이 열리면 그 열려진 문으로 임신 중 생겼던 태반이나 피 등 찌꺼기가 잘 나와서 산모 회복도 빨라집니다.
모유 수유를 하거나 약 (자궁 수축제) 을 쓸 때 그 찌꺼기들이 나오는 데 처음부터 제왕분만을 한 사람들은 잘 안 나와서 나중에 고생을 합니다.
(분만 한참 후에도 출혈이 계속 되거나 그렇습니다)
자궁 경부가 다 개대 된 상태에서 제왕분만 하기
아마도 산모나 보호자 그리고 의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궁이 다 열리고 난 후 질식 분만을 못하여 수술을 하는 경우입니다.
대부분은 자궁이 다 열리면 자연분만을 합니다. 몇몇 소수의 사람들의 부작용 때문에 아예 시도를 안 하는 것은 정말 구데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일은 많지 않으며 이렇게 까지 안 되게 하는 것이 산부인과 의사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딱 보고 안 될 것 같으면 그 전에 수술을 해야지요 )
과거 우리 교수님은 골반 검사를 해서 질식 분만의 성공을 예측하셨는 데 제 경험으로는 골반 검사는 아프기만 하고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산모의 성격이나 성향도 유심히 봅니다. 의지가 강한 사람인 지 혹은 금방 좌절할 사람인 지
그래서 영 아니다 싶으면 포기를 조금 일찍 합니다. 아 물론 제 예상과는 달리 잘 참고 잘 진행되어 잘 낳는 산모도 많지요.
사실 자연분만이 잘 되는 조건이 좋은 산모들이 있습니다. 그런 조건은 일단
1. 나이가 어린 산모
--> 산모가 30세 미만이면 성공률이 높습니다.
2. 키가 큰 산모
--> 농구 선수인 산모는 그냥 애기를 떨어뜨립니다. 기린 애 낳는 것 처럼.
3. 평소 운동을 하는 산모
--> 운동 선수 였던 분이 더 유연하고 확실히 잘 합니다. 아픈 것도 잘 참습니다.
개인적으로 개콘의 왜 근육질 아가씨 (김혜선 인가요?)만 보면 저는 애기를 잘 낳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자를 처음 볼 때 분만 잘 할 것 같은 사람과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평가하는 데 아마 직업병인 거 같습니다.
4. 이거 좀 중요한 데 친정 엄마가 순산했던 산모
--> 그렇습니다. 의학에서 유전이 아닌 게 별로 없습니다. 산과 영역에서도 그렇죠.
친정 엄마가 훌륭하면 산모도 훌륭합니다.
그 밖에도 몇 가지가 있지만 다 말씀드리긴 그렇고
이런 위험 인자들을 고려해서 이런 것을 다 갖춘 산모들은 성공률이 더 높다고 보고
좀 더 오래 기다려 보는 편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노력한 덕분에 저희 병원은 제왕절개 1등급을 받았고 저는 원장님에게 칭찬을 들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자랑질 )
암튼 분만을 앞두신 산모들 진통에 대한 너무 과도한 두려움은 좋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비록 수술을 할 지라도 진통을 겪는 것이 산모에게 유리하며
제왕분만은 이미 확실하게 검증된 경우에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사진은 구글에서 가져다 썼으면 원작자가 원하면 삭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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