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들어가기 전에 썩개 하나
옛날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탐험가가 그만 원주민들에게 잡혔습니다.
그는 당연히 살려달라고 했고 그 부족의 부족장은 조건을 걸었습니다
(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원어로 직접 쓰겠습니다. 왠 원주민이 영어? 뭐 사소한 걸로 시비 걸지는 말아 주십시오 )
탐험가 ( 이하 탐 ); Help me!
부족장 ( 이하 부 ); Which do you select one boonga boonga or death?
탐험가는 붕가 붕가가 뭔지 모르겠으나 death 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탐; I will select boonga-boonga.
그런데 바로 그 붕가 붕가는 똥침이었습니다.
그런데 10분간의 연속적이고 가열찬 똥침이 끊나자 마자 또 묻는 것이었습니다.
부 ;Which do you select one boonga boonga or death?
몹시 아팠지만 우리의 탐험가는 다시
탐; I will select boonga-boonga
그랬더니 다시 10분간 가열찬 똥침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또 끝나자 마자 다시 물어 보는 것입니다.
부; Which do you select one boonga boonga or death?
이번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탐험가는 ( 몹시 단호하게 )
탐: I will select death.
그랬더니
죽을 때 까지 똥침을 했다더라
하는 전설이
이런 썩개를 치는 이유는 그 만큼 항문 주위 그러니까 회음부가 민감한 곳이고 아픈 곳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 아마 읽으시면서 특정 부위가 좀 아려오는 느낌이 있었을 겁니다 )
회음 절개에 관한 관심은 참 많은 데 막상 외래에서는 산부인과 의사인 저에게도 잘 안 물어 봅니다. 좀 부끄러워서 그러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일반 적 분만의 일반적 상황 부터 설명을 드리면
분만은 보통 1기 2기 3기로 나뉩니다.
1기 - 규칙적인 진통이 생길때 부터 자궁 경부가 다 열릴 때 까지 ( 보통 첫째 아기인 경우 12 시간 정도 ) ; 대개 1 기 때 그러니까 규칙적인 5분 진통이 있을 때 보통 분만실로 입원을 합니다.
2기 - 자궁 문이 다 열리고 애기가 나올 때 까지 ( 보통 첫째 아기인 경우 1시간 쯤 됩니다 ) 상당히 아픕니다. 성경에서 출산이 여성이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벌 받은 것이라고 하는 데 이 때를 지칭하는 게 아닌 가 생각이 듭니다. 암튼 고통이 이때가 클라이 막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3기 - 애기가 나오고 태반이 나올 때 까지 ( 보통 5분 )
산모에게는 이때 아픔이 가시기는 하지만 의사에게는 분만 보다 더 어려운 시기가 될 수 있습니다. 태반이 안 나오면 정말 큰일 이거든요.
--> 태반이 나오는 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애기가 나오는 것 보다 더 힘이 듭니다.
여기서 산모나 태아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는 분만 2기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데 - 분만 2기라고 바로 머리가 보이는 것은 아니고 보통은 자궁문이 다 열리고 나서도 30분 정도는 경과되어야 머리가 밖에서 보이게 됩니다 - 이 때 태아의 머리가 질 입구를 통해 3-4 cm 보이면 국소 마취를 하고 소독된 가위로 3-5cm 정도 회음 절개를 한 뒤 질 입구를 넓혀 태아의 분만을 도와주는 이 과정을 회음부 절개라고 합니다.
이 회음 절개는 분만 시 회음부 열상을 방지하기 위해 하는 일반적인 것으로 ,
회음 절개를 하지 않고 분만을 했을 시
1. 여러 방향으로 깨끗하지 못한 회음부 열상이 발생하여 봉합이 어려워 지고
2. 그리하여 상처가 울퉁 불퉁 해져 꼬매기가 어려워지고
3. 따라서 상처 부위의 염증이 잘 생길 수 있고
4. 회음절개 시 보다 더 큰 열상이 발생 할 수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민감한 회음 부위가 아프게 되고 그것 더하기
5. 애기가 산모의 골반 근육을 밀기만 하고 금방 나오지 않아 출산 시 압력으로 분만 2기가 길어져 결국 산모의 근육이 늘어져 나중에 늙어서 밑이 빠지거나 그렇게 되어 소변 이나 대변 볼때 힘들어 지고
6. 산모의 골반에 껴있는 태아도 빨리 분만 되지 않아 태아도 다칠 수 있고
7. 회음 절개를 하지 않음에 따라 분만 시간이 길어져서 밖에서 기다리는 보호자들도 마음 졸이는 시간이 길어지고 퇴근 못하고 기다리는 산부인과 의사도 퇴근하지 못하고 ( 실제로 머리가 보여도 한 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산모도 엄청 힘들어 하지요 )
이런 저런 부작용이 많아 질 것 같습니다.
( 예를 들면 만일 구멍으로 물건을 꺼내는 데 억지로 꺼내다가 와장창 다 찢어져 물건 자체가 엉망이 되어 고장난다고 생각이 들지요 )
원래 회음 절개는 문헌상으로는 1742년 더블린의 조산사인 Ould가 분만이 매우 힘들 때 질 입구에 절개를 가하는 것을 제안 한 것이 최초라고 하며 1900년 대 초 병원 감염의 조절, 마취제를 이용한 마취 과학의 도입 다양한 분만 방법의 발전등으로 인해 병원 분만이 증가하면서 각광 받게 되었습니다.
산모들의 걱정은 아프지 않을까? 흉터는 많이 남지 않을 까?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우리가 무엇을 잘 못 했을 때 최고의 신체적 응징으로 '똥침' 을 하는 데 ( 우리 딴지의 창립 이념이기도 하지요 ) 비슷한 과정인 회음 절개가 얼마나 아플까 걱정을 하시는 데 ( 요즘 하고 싶으신 분이 생겼슴 )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안 아픕니다.
이미 분만 2기에 들어가면 산모가 정신이 없습니다. 이 와중에 회음 절개 정도는 그냥 우습습니다. 그리고 마취를 하고 하니 마취 할 때만 조금 아프지요
그러면 흉터는?
이것도 의사가 - 둘째 때 산부인과 혹은 치질 같은 것을 관찰하는 외과의사 - 아니면 밝은 데서 그것을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암튼 2 차 대전 후 미국에서는 회음 절개가 더욱 증가하여 첫째 아기인 경우 90% 까지 회음절개를 한 다고도 보고 되었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근거들은 실제로는 과학적 기반이 없는 것으로 최근 밝혀지고 있습니다.
--> 이런식으로 회음 절개를
Thacker와 Banta 등이 이전의 문헌을 종합하여 고찰 한 결과 일상적 회음 절개가 (routine episiotomy)가 이득이 없으며 적절한 임상 연구를 통해 이득과 위험을 평가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참고로 회음 절개로는 정중 혹은 측외 회음 절개가 있는 데
1. 정중 회음절개는 봉합이 쉽고 통증이 적으나 회음절개가 3도, 4도 열상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더 높고
2. 측외측 회음절개는 통증이 더 심하고 출혈이 많으며 봉합이 더 어렵고 성교통이 더 심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자연 열상과 비교 할 때도 더 그렇다고 합니다.
--> 왼쪽이 측외측 ( medio-lateral ) 오른쪽이 정중 ( median ) 회음절개
탁 봐도 오른쪽이 덜 아파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항문과 가까와서 항문 손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항문과 질이 가까운 산모는 가급적 정중 회음 절개를 삼가해야 합니다.
만일 산모가 4도 열상이 발생한 다면 그건 재앙입니다.
저는 전공의 들이 혹시 야간에 제가 없을 때 분만을 할 때는 절대로 정중 회음 절개로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합니다.
분만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2년차만 되어도 어찌 어찌 할 수 있으나 4도 열상의 봉합은 지금 저도 어렵습니다.
( 제가 아는 선배님 중 한 분은 꼭 측외 회음 절개를 하시는 데 그 분 친구 분 -산부인과 의사 - 정중 회음 절개를 하셨는 데 그만 4도 열상이 생겨서 산모분이 항문을 배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후 산모 분에게 시달리시던 친구 분이 자살을 하셔서 산모가 좀 아프더라도 안전하게 하자! 그래서 그렇게 하셨다고 합니다 )
암튼 회음 절개의 장점과 그렇지 않다는 여러 주장에 대해 하나 하나 살펴보면
1. 열상의 보호로서 회음 절개
1도 혹은 2도의 열상에서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난 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따라서 심각한 회음부 열상은 3도 혹은 4도 회음부 열상인데
(3도 열상은 직장 근육이 손상이 되어서 변을 볼 때 조절이 어려워 질 수 있고 4도 열상은 여기에 더해서 직장의 점막이 찢어지는 것을 의미 합니다. 밑의 그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질 안쪽의 점막은 찢어져도 마치 입 안과 같이 상처나 흉터가 남지 않습니다. 아프기는 하지만 )
흔히 똥꼬가 찢어진다는 것이 여기에 해당 됩니다.
--> 3도 열상
--> 질과 항문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재앙입니다
4도 열상인 경우 분만 후에 질로 대변이 나오거나 변 조절이 안 될 수가 있습니다.
Shiono 등은 첫째 아기의 분만 시 측외 회음 절개가 3도 혹은 4도 열상에 대해 보호 효과가 있으나 그 외 둘째 이상의 측외 회음절개 정중 회음 절개에서는 분만력과 상관 없이 오히려 위험도가 증가 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택적 회음절개로 3도 이상의 회음부 열상을 약 32% 정도 줄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회음 절개의 빈도가 감소한 후 심각한 회음 열상의 빈도에 변화가 있었다는 보고와 그렇지 않다는 보고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열상과 회음 절개와의 관련성을 규정 질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되고 다만 어떤 사람에게는 회음절개가 항문을 보호 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회음 절개를 하지 않은 군에서 항문 근육 손상이 적은 것은 확실 합니다.
2. 골반저 근육 기능 보전
자연 분만을 하면 산모가 힘을 쓰면서 자궁이 아래쪽으로 쏠리게 되면서 자궁 앞 뒤로 있는 방광이나 직장등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는 요실금과 변실금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애기가 나올 때 산모들이 정말 많은 힘을 쓰는 데 회음 절개를 함으로서 나오는 것을 용이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근거는 여러 문헌에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3. 태아 손상의 예방
분만 시 태아의 머리가 끼면서 혹시 태아의 머리에서 출혈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데 이도 역시 회음 절개와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태아가 혹시 출혈 경향이 의심 될 때는 회음 절개가 유리 할 수도 있습니다. ( 너무 오래 골반에 끼여 있으면 뇌 출혈이 될 수도 )
4. 회음절개시 분만 후 통증과 성기능
일상적 회음 절개와 선택적 회음 절개와 비교하였을 때 큰 차이를 보이지 않거나 선택적 회음절개 시 통증이 덜한 경향을 보여 차이가 없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회음 절개의 여러 장단 점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회음 절개를 얼마나 할까요?
미국의 경우 회음 절개율은 1983년 약 70%에서 2000년에 약 20% 정도로 많은 감소를 보였습니다. 캐나다의 경우도 1981년도에 67% 정도에서 94년 38% 영국의 경우는 2003년에 약 12%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북유럽 지역은 10-33%, 네덜란드 독일 지역은 40-50%, 중국은 80%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태아나 산모의 인종적 차이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물론 우리나라의 데이터는 없습니다)
일본의 연구에 따르면 심각한 열상의 발생 빈도가 정중 회음 절개가 회음 절개를 하지 않은 경우보다 4배 이상 높았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외 많은 연구에서 아시아 인종이 코카시안 인종에 비해 3도, 4도 열상이 의미있게 증가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태아 크기의 차이 특히 머리 크기 역시 인종적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 데 캘리포니아에서 시행한 여러 인종에 대한 연구에서 머리 둘레 길이가 백인 보다는 동양인이 작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애기의 머리는 작은 데 골반이 더 작아서 고생도 하고 찢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절개 후 봉합
분만 3기에 태반이 모두 배출 된 후 산도나 태반 배출이 모두 정상이라면 회음 절개 부위를 봉합합니다. 안쪽과 바깥쪽을 꿰매는 게 걸리는 시간은 약 10분 입니다.
실은 다시 풀어줘야 하는 비 흡수사와 풀어줄 필요가 없는 흡수사로 나뉘는 데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흡수사로 꼬매기 때문에 실을 풀어 줄 필요가 없습니다. 참고로 흡수사의 단점은 풀지 않아서 좋지만 힘을 잘 못 받아 풀리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분만 한 산모들은 좌욕을 해야 하며 좌욕 후에는 충분히 말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일반적으로 분만 시 마다 항상 회음 절개를 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으로 말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루틴으로 항상 하지 말라는 것이지 회음 절개를 절대로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특히 첫번째 아기인 경우는 회음부 보호를 위해 할 수도 있고 분만 시간도 회음 절개를 통해 단축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의사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끔씩 애기 낳기도 전에 ' 저는 꼭 회음 절개를 하지 말아 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 이야기입니다.
써 놓고 보니 더 헷갈릴 수도 있을 수도
* 본 글은 제 2차 대한 모체 태아 의학회 개원의 및 전공의를 위한 연수 강좌 내용에서 많은 부분을 참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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