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화장실 가기

다린이아빠 2015. 2. 26. 10:15

큰 애 다린이가 이제 벌써 13살..


세월이 빠르다고 느끼는 건 이번 뿐만이 아니지만 쑥쑥 자라나는 애들을 볼 때 제일 잘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처음으로 할머니 보다 커지더니 외할머니 보다 커지고 이모 그리고 고모 보다 커지더니 드디어

1달 전에는 우리 집 여자 중 에서 제일 큰 자기  엄마보다 더 커졌습니다.


( 딸의 키를 정확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보면 할머니들 이모 고모 엄마까지 지금 까지 자기네들이

말한 키가 다 거짓말이더군요.  자기가 말한 수치 상으로는 더 키가 커야 되는 데 키는 우리 딸이 더 큰... )


이곳 미국에서는 학원에 덜 다녀서 그래도 한국보다는 덜 스트레스 받는 것 같아서 좋기는 하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또 다시 학교와 학원을

다닐 것 생각하면 좀 불쌍해 지기도 합니다.


요즘 예전 제가 대학 들어 갈 때랑 비교도 안 되는 성적을 가지고 입학했던 후배들이 취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

열심히 공부해서 뭐하난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마 생각엔 '최소한 어느 정도는 해야지 되지 않나?' 하는 욕심 때문에 여기에서도 한국에서 가져온

수학 문제를 풉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화장실 가기'


우리 큰 딸은 화장실에 자주 갑니다.


그 원인은 물을 많이 먹어서인데..


얘가 물을 많이 먹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화장실에 자주 가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엄마랑 공부 할 때 화장실 간다고 말하려고 그러는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랑 너무도 똑같아서 사실 좀 놀랐습니다.


저의 경우는 물을 하도 많이 먹어서 오랜 만에 저를 본 고모님이 어디서 들으셨는 지 요즘 소아 당뇨도 있다고 하던데

얘 병원에 좀 보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을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엄마가 공부하라고 다그쳐도 화장실에 간다고 하는데야 억지로 공부를 시킬 수가 없죠.


엄마 뿐 아니라 아무리 악독한 사장이라도 종업원이 화장실 간다고 한다는 데 매몰차게 가지 말라고 그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하긴 옛날에 어떤 나라에서는 화장실에 못 가게 하려고 '국 안 먹기 운동' 도 했다고 하던데..


그리고 예전 아는 지인이 검찰 조사를 받는 데서도 인수인계 사항이 물을 많이 먹어서 화장실에 자주 가는 것 이라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고


암튼 우리 딸의 속이 빤히 보이는 그런 행동을 저는 나물랄 수가 없더군요.


나도 그랬으니까? 아마 우리 어머니도 다 알면서 넘어가셨겠죠.


아 물론 큰 애가 친구들이랑 놀 때나 혹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절대 물을 많이 마시지도 화장실에 자주 가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작은 애는 공부 욕심이 있고 좀 악착같은 면이 있는 데 큰 애는 맨날 웃기만 하고 노는 것만 좋아하니

부모 입장에서는 조금 답답한 것도 사실입니다.


암튼 그런데 생각해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어른들도 화장실에 자주 안 가는 것 같기는 합니다.


일에 집중을 못하고 재미를 못 느낄 때 화장실에 자주 가는 것 같습니다.


화장실에 갈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일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 때는 정말 집중을 할 때입니다.


매일 매일 계획한 일이 미뤄지고 늦춰지고 아예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우리들에게


그렇게 집중하는 상황이 어쩌면은 그럴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기도 합니다.


(화장실에 가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 어떤 일에 열정을 가지고 무언가를 집중하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상황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갑자기 딸 아이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Rainy days and Mondays  (0) 2015.03.08
바보  (0) 2015.03.07
두 남자의 출산 고통 경험기  (0) 2015.01.28
Robert Lincoln  (0) 2015.01.09
박 아무개 사무장과 기본소득  (0) 2014.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