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효율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다린이아빠 2013. 5. 18. 19:37

어떤 제도 하나를 가지고 복잡하고 지리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하자. 세조는 그런 논쟁이 발생하게 된 근원적인 고민과 모순을 이해하기보다는,

 

 " 저 문제는 이렇게 하면 간단하게 치료되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떠드는가?"

 

 "저 논쟁의 결론은 A 아니면 B 뿐이다. 저놈들이 제 밥그릇 싸움 하느라고 간단한 문제를 오래 끌고 간다"

 

라고 단정해 버리는 스타일이다.

 

밥그릇 싸움이 개재된 것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문제의 일면만 본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고 하나의 제도는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진다. 당장에는 큰 효과가 있지만 후대에 가면 해결 못할 큰 모순을 내재하는 경우도 있고, 장기적인 지향은 훌륭하지만 시행과정에서 큰 폐단을 낳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하나의 제도나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목적과 장점을 선택하는 것 못지않게 방법과 과정, 미래의 파장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을 희생하고 무엇을 감수할 것이냐도 따져봐야 한다. 그래서 국가정책을 세울 때는 다소 낭비적으로 보이더라도 집현전과 같은 연구기관이 필요하고, 장기적인 안목과 연구, 토론이 필요한 것이다.

 

세조는 바로 이런 부분에서 부족했다. 세조의 치세를 보면 그는 언제는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는데, 항상 문제를 단순화하고, 현상 자체를 때려 잡음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세조 자신을 비롯하여 현대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모습에서 강력한 지도자의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현상이 단순하다고 그 문제가 간단하게 처리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며, 표면에 드러난 현상을 때려 잡는 게 해결책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세조는 집현전이 담당했던 제일 중요한 기능인 법제와 국정을 위한 기초연구 기능까지 없애버렸다.

 

그는 집현전이 딱 하니 드러나는 제도 하난 만들지 못하면서 생각과 말만 많은 비능률적이고 낭비적인 기구라고 생각했을 것이 틀림 없다.

 

* 조선 국왕 이야기 - 임용한 저 - 에서

 

효율만 추구하는 현재에도 새겨봐야 할 내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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