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퍼펙트 게임’을 한다고 하길래 몹시 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안 되어 못 보고 있던 중 집 근처 문화 회관에서 단돈 2500원에 상영 된다고 하여 보기로 하였다.
( 원래 토요일 3시 표를 예약했는데 마침 토요일 아침에 산모가 와서 결국은 4시 경에 분만을 하고 다음 편 5시 30분 것으로 보았다. 이번에 못 보면 극장에서는 못 보나 했는 데 암튼 산모가 도와줘서 아슬아슬하게 볼 수 있었다. 참고로 개인적으로는 30년 전 찰톤 헤스톤 주연의 ‘벤허’ 이후 혼자서 본 최초의 영화 되겠다. )
아무래도 스포츠 영화라는 것이 아무리 배우가 연기를 잘해도 선수 처럼 잘 할 수 없는 바 리얼리티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그것을 어떻게 잘 표현하느냐가 영화 성공의 열쇠가 되겠다.
최 동원
얼마 전 고인이 되셨고 굳이 나와의 인연을 연결하자면 우리 모교인 세브란스에서 암 수술을 받으셨고 또 우리 일산 병원에서 생을 마치셨다.
사실 나는 최동원의 전성기 시절 그가 슈퍼 스타임에도 불구하고 OB 베어스 열혈 팬으로 그리 눈 여겨 보지 않았다. 선동렬과의 맞 대결도 나중에 신문을 보고 알았었다.
정말 멍청하게도 그 때는 그런 대결이 자주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 아마 지금이라면 월차를 내서라도 경기장 앞에서 밤을 새워서라도 경기를 꼭 보았을 것이다. )
- 다음부터는 스포일러 충만하니 알아서 읽으삼 –
아마 ‘퍼펙트 게임’은 한국 영화에서 처음으로 상영되는 본격 야구 영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독립 운동 영화인지 야구 영화인지 경계가 모호한 ‘YMCA 야구단’ 그리고 야구 영화라기 보다는 loser 들의 어두운 삶의 단면들을 보여주는 ‘슈퍼스타 감사용’ 등은 야구를 소재로 주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스포츠 영화 전체로 보아도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이나 ‘ ‘국가대표’ 등도 스포츠 자체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아니다. 스포츠 이야기를 통해 비 인기 종목의 설움을 보여 주며 주류에서 떨어진 우리의 삶을 그려낸다 하겠다.
하지만 ‘퍼펙트 게임’은 실제로 최고 선수였었던 최동원과 선동렬의 맞대결을 주제로 하고 다른 이야기들은 이 게임의 들러리라 하겠다.
그러나 이 중요하고도 기가 막힌 경기를 인터넷만 조금만 검색하면 어떻게 진행 되었는 지 알수 있는 경기 내용이 영화에서는 정말 심각하게 훼손되고 왜곡 되었다.
예를 들면 실제로 점수는 영화 와는 달리 롯데가 먼저 났지만 해태가 먼저 났다고 한 다 던지 또 벤치 클리어링은 없었는 데 있는 것 처럼 한 것- 따라서 김용철이 김일권에게 맞고 그런 것은 다 뻥이다 -. 또 김용철은 최동원 보다 1년 선배이고 또 고등학교도 경남고가 아닌 부산 상고를 나온 것 들이 모두 그런 것들이다.
게다가 감동을 살리려고 포수 박만수(마동석분)를 넣었는 데 사실 그 때 극적인 동점타를 친 것은 김일환 선수이며 포수는 장채근을 대타로 써서 내야수인 백인호가 했다는 사실.
( 개인적으로 오히려 같은 내용이라도 김일환 선수의 실명으로 하여 안타를 치는 것으로 하고 그의 과거를 박만수 처럼 했으면 더 낳지 않았을 까 생각하며 실제로 내야수인 백인호가 포수를 하는 장면도 영화로 했으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내야수기 때문에 실제로 선동렬은 변화구를 던지면 빠뜨릴까바 직구만 던졌다고 한다 )
더 황당한 것은 그날 경기에서 최동원은 산발 11안타 8 탈삼진 2 실점, 선동렬은 산발 7안타 10 탈 삼진 2 실점인데 뭐 1 회부터 전부다 타자들은 삼진이더라. 이게 말이 되냐? 고작해야 이닝당 탈삼진 한 개도 안되는 데 말이다.
( 그 당시 타자들은 전부 허수아비냐 ? 꼭 국가대표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했다고 하여 리얼리티가 팍 떨어져서 감정 몰입이 안된 것이랑 비슷하다)
그 밖에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1981년 대륙간컵 캐나다전의 최동원 투수와 1987년 5월 16일 맞대결에서 선동렬 투수가 공을 던지다 갈라진 손가락에 접착제를 바르는 투혼을 보이는 장면 역시 말이 안되는데 한국야구위원회 야구규약에 의하면 손가락에 투수가 이물질을 바르고 공을 던지는 것 자체가 불법이니 이것 역시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픽션인 것이다. 게다가 영화에선 대륙간컵 캐나다전에서 최동원이 구원으로 마운드에 올라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지만, 실제 캐나다전에서 최동원은 구원등판이 아니라 선발로 등판해 1:0 완봉승을 거뒀고, 한국은 우승이 아닌 4위를 기록한 것 역시 그렇다고 하겠다.
차라리 선동렬이 너무 긴장을 해서 보크를 범했던 실제로 그날 있었던 에피소드등은 훌륭한 소재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 데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여자 기자의 존재도 감정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지금도 어려운 데 설마 그 때 여자 기자가 남자 락커에 어떻게 들어가나? 그리고 그렇게 야구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기자를 하나?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 프로야구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면 1984년 한국 시리즈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 과거에도 한 번 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만들어져서는 절대로 안 되는 기록 최동원의 한국 시리즈 4 승 1패 ( 4 완투 ) 를 소재로 말이다. 그 때는 정말 롯데의 최동원이 아니라 최동원의 롯데 였다.
그 해 삼성이 OB를 피하기 위해 져주기 게임을 한 것을 비롯 전반기까지만 해도 9승에 머물렀지만 후반기 들어 팀의 50경기 중 무려 31경기에 대판하는 무리 속에서 18승을 거두고 타격에서도 2루타를 쳐 승리 타점을 올리는 기적을 연출하는 것도 훌륭한 배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동원은 그 때 정말 온몸을 불살랐고 스스로 산화되었다. 롯데를 좋아하는 모든 부산 사람들은 그에게 부채 의식이 없을 수 없었으며 어떤 식으로든지 그가 롯데로 돌아오기를 바랬다.
(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고 최동원 선수가 ‘ 롯데 에서 감독을 꼭 하고 싶다고 ‘ 말 했을 때 다른 팀을 응원하는 나도 울컥 했는데 롯데 팬들은 기분이 어떠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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