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안 된 것 같은 데 꽤 오래 전 이야기가 되었다.
50이 넘으니 세월이 하도 슉슉 지나가서..
아무튼 우리 병원이 코로나 환자를 입원 시키게 되고 나서 얼마 안 지나서 있었던 일이다.
전국에서 코로나 환자가 막 입원했었는 데 산모는 모두 다 나에게 입원하였다.
혹시 잘 아시는 지 모르겠으나 코로나에 감염되어도 기침이나 열 같은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그냥
'생활치료센터' - 그냥 줄여서 생치 라고 한다- 에 입원한다.
거기에 입원해 있다가 증상이 안 좋아지면 다시 병원으로 와서 치료를 받게 된다.
그런데 임산부의 경우 상당히 애매한 데 두 생명 이상이 있는 것이라 산모들이 몹시 불안해 하고 자꾸 봐 달라고 하니
생치에 있는 의사 포함 관계자들이 엄청 귀찮아 한다.
그래서 임산부 코로나 환자는 그냥 병원에 입원 시킨다.
임산부의 경우 젊은 사람이 많고 - 많아 봤자 50세 ㅋ- 건강하기 때문에 - 안 건강한 데 어떻게 임신이 되냐?- 코로나에
감염되어도 대부분 괜찮았다. (하지만 델타 변이 이후로 많이 바뀌기는 했다)
이 산모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였다.
사실은 불법 체류자여서 아무것도 정보가 없었다. 정부에서 불법 체류자도 다 무료로 검사해 주고 병원비도 해결해 주었다. 사실 이 정책은 매우 합리적이라고 생각이 된다.
이런 사람들이 숨어 지내게 되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이다. 이 뉴스의 댓글에서도 참 말들이 많았던 것 같지만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잘 되었고 결국 코로나 판데믹 초반기 우리나라가 K- 방역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나는 생각된다.
아무튼 이 산모는 사실 본인이 임신 한 것도 모르고 있었다. 코로나에 감염 되어서 이것 저것 검사를 하다 보니 임신이 딸려 나온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참 안스러웠다.
돈 좀 벌어보겠다고 멀리 태국에서 배를 타고 한국에 왔는 데 남자 친구와 덜컥 임신이 된 것이다. 코로나는 덤..
더군다나 이 아가씨는 한국말을 전혀 못 했고 태국말의 경우도 치앙마이 인가에 살아서 구글 트렌스레이터도 안 되었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바디랭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제로 영어를 왠만큼 해도 전화 영어는 어렵다.
그런데 코로나 감염을 피하기 위해서 엄청난 레벨 D 옷을 뒤집어 쓰고 그 산모와 이야기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 이런 옷 입고 소통은 불가능
애기 심장 소리를 들려 주니 조금은 기뻐하는 것 같았는 데 글쎄 그냥 내 생각이지만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젊어서인지 큰 문제 없이 격리기간 10일을 채우고 퇴원하였고 다시 내 외래로 오기로 했다.
나는 외래에서 어떻게 이 아가씨와 소통을 할 까 고민을 하였는 데..
어떤 택시 운전 아저씨와 통역 친구를 구해서 외래를 왔다.
세상에는 참 이상한 (?)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 데 이 택시 아저씨는 옆집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 불쌍한 마음도 있었겠지- 매번 따라왔다. 자기 시간도 할애해 가면서
통역하는 태국 분도 동포라고 생각해서 인 지 매번 따라왔다.
사람들이 임신 시 병원비가 싸다고 알고 있지만 그것은 보험이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보험도 없고 고운맘 카드 ( 임신 시 70만원 가량 사용이 가능하다)가 없으면 엄청 비싸다.
이 아가씨가 돈이 있을 리도 만무하고 사실 이런 불법 체류자 임신부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사실 그 남자친구 라는 사람이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사실 내 마음이 조마조마 했다)
돈을 벌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말이다. 아마도 우리 한국에 올 때는 돈을 많이 벌어서 가리라고 다짐했는 데 이게 참..
최소한의 검사만 하고 초음파는 무료로 봐 주었는 데
아무래도 집이 우리 병원이랑 멀어서 근처로 간다고 했다.
그러다가 다시 또 왔다. 아무래도 그 쪽 병원에서도 쉽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고..
그 옆집 사시는 택시 기사 아저씨가 매번 데리고 왔고 그래도 배안에서 꿈틀꿈틀 애기가 자라는 것 보고 기뻐하였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본지 결국 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했다.
그렇지 돌아가는 게 맞지. 아무도 없는 이 나라에서 분만을 하게 되면 고생이 보이지.. 또 애기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민되겠지.
아마 지금쯤이면 태국 치앙마이에서 애기 잘 낳고 잘 있을런지 가끔씩 궁금하다.
우리 병원에 입원하였던 코로나 산모들은 내가 거의 다 통화를 하였는 데 이 아가씨 전화번호만 없어서 갑자기 생각이 나서 주저리 주저리..
이 글 보시는 산모분 들 코로나 백신 다 잘 맞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