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내가 결혼 한 지도 어언 18년이 되었다.
2000년에 결혼을 했으니 내가 결혼 한 지 몇 년 되었는 지 계산하기는 참 쉽다.
사실 결혼 날짜는 가끔 헷갈린다. 전공의 때 - 결혼 한 지 겨우 2년 되었을 때- 레지던트 동료가
자기가 무슨 날이라고 당직을 바꿔 줬는 데 ( 사실 바꿔 주면 서도 왠지 불길하기는 했다. 중요한 날인 것 같은 데
기억이 잘 안 났다) 사실 그날이 결혼 기념일이었던 적이 있다.
슬기롭게 넘어가기는 했지만 매우 위험한 순간이었다.
지난 토요일 같이 근무하는 동료 소아과 선생님 결혼식이었다.
마침 병원에 출근을 했고 분만실 산모도 없고 또 우리 산부인과와 나름 가까운 소아과 선생님이어서
가기로 했다.( 산부인과는 소아과에 잘 보여야 한다 )
신랑 나이는 좀 많았다. 41살..
'인물 좋고 직업 좋고 직장 좋은 데 이렇게 결혼을 늦게 하니 인구 절벽인 것이다' 라고 생각을 하며 갔다.
결혼식에 가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결혼은 좀 빨리 해야 사람들이 많이 온다.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서 결혼을 하면 아직 연락이 끊기지 않은 대학교 동창들도 거의 다 오고 ( 심지어 고등학교 동창까지 )
새롭게 취직한 직장 동료들도 다 온다.
관중 동원은 뭐니뭐니 해도 조직력인데 학교와 직장 사람들 동원력이 최고다.
하지만 나이가 먹고 세월이 흐르면 학교 친구들은 연락은 한 두 명 씩 다 끊기고 직장 동료들만 오는 데
그 직장 동료들도 파트 별로 다 나뉘어져 있어 처음 입사 했을 때 동기들 조차 다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주 당연하게도 본인이 결혼하기 전에는 심심하고 밥 먹으려고 라도 친구 결혼식에 다 가지만
이제는 아이도 있고 생활이 바빠 아주 친한 친구 아니면 여건이 안 되 못 가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결혼식의 주인공은 사실 신랑 신부여야 된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나라 결혼식의 현실은 신랑 부모님들의 세 과시용이다.
특히 부모님이 은퇴하지 않고 있는 현직에 있는 경우 더욱 더 그러하다.
이런 면에서 이번 우리 병원 소아과 선생님의 결혼식은 파격 그 자체였다.
--> 시작 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뮤지컬로 시작하였는 데 기존에 지루한 결혼식이 아니였다.
프로들인 지 노래와 춤을 잘 했는 데 아마 신랑 친구가 뮤지컬 배우인 것 같았다.
다 좋았으나 신랑이 춤을 추는 부분은 좀 안 되 보였다 ( 엄청 노력한 것 이라고 하던 데 노력에 비해 많이 부족 한 듯 )
--> 성혼 선언문은 조카가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이라고 하던 데 아마 노총각 삼촌이 많이 이뻐한 조카인 것 같았다.
나이든 주례 선생님의 '검은 머리 빠뿌리' 어쩌고 저쩌고 하는 틀에 박힌 선언문 보다 신선했다.
사랑하는 조카 앞에서 약속을 하니 더 잘 지켜 질 것 같기도. 아마 그 조카의 감시아래 더욱 더 사랑하게 될 것 같은 느낌.
--> 사진에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뒤 쪽으로 신랑의 아버지가 있다 ( 사실 큰 아버지 )
결혼식에서 주례사를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왜 그렇게 옳은 이야기를 길게들 하시는 지
이번 결혼식에서는 신랑의 아버지와 신부의 아버지가 정말 액기스만 딱 집어서 핵심만 말씀하셨다.
사실 나는 결혼식에서 신랑과 신부를 잘 모르는 사람이 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신랑 신부를 축복할 수 있을까?
제일 감동적인 결혼식 주례는 우리 사촌 결혼 식 때 외삼촌이 돌아가셔서 외삼촌이랑 가장 친했던 친구분이 주례를 봐 주신 것이었다.
주례 선생님은 떠나간 친구가 생각나서 울고 사촌은 아버지 생각을 하면서 더 열심히 살겠노라고 다짐하고..
아무튼 너무 감동적인 결혼식이었다. 물론 너무 재미있었고
PS: 개인적으로 내 결혼식이 너무 재미없을 것 대비하여 결혼식 끝나고 경품 추첨 같은 것을 하려고 했었다. 했었으면 재미있었을 것 같은 데.
그리고 신랑이 춤 추는 것 보니 예전에 결혼하기 정말 잘 했다라는 안도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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