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대학교 1학년 때 였을 것 입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로 대학을 왔습니다. 내 생애 가장 희망차 보이는 시절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훌륭한 의사가 되겠다고 하루에도 몇 번이고 다짐하던 그런 시기였습니다.
아무튼..
그런데 걱정이 하나 있었는 데 바로 제가 '수전증' 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훌륭한 의사가 되려면 수술을 잘해야 되는 데 수전증이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졸라서 병원에 가자고 그랬습니다.
뭔가 원인이 있으면 아직 좀 한가한 예과 때 ( 의과대학은 예과 2년 본과 4년 그렇게 배웁니다 )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손이 아주 많이 떨리지는 않으니 뭔가 기 와도 연관 되었을 것 같기도 하고 당시 '허준' 이라는 드라마마 엄청
상종가이기도 하고 그래서 한의원으로 먼저 갔습니다.
그래서 저희 동네에서 그래도 좀 큰 한의원에 가서 면담을 했습니다.
제가 누구인 지 밝히고 - 누구는 누구야 그냥 대학교 1 학년 생이지 -
나는 훌륭한 의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러려면
수술을 잘 해야 하는 데 손이 떨린다. 다른 직업이면 괜찮겠으나 의사가 될 사람이다.
이렇게 의대 입학 한 것을 자랑하는 거서인 지 아니면 손 떨리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인 지 헷갈리는 멘트를 계속 날리고 있더 바로 그 순간
의사 선생님의 한 말씀
' 사진 한 번 찍어 보시죠?'
'사진이요?'
' 혹시 얼마인데요?'
' 20만원 쯤 합니다 '
뭐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당시 처음 도입 된 CT 같았는 데 갑자기 의사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확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야기를 잘 안 듣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고 돈도 꽤 비싸서 어쩐 지 뭔가 이상한 기분...
당시 내 입학금이 120 정도 였으니 엄청 비쌌던 것은 맞습니다.
기분이였는 지 모르겠으나 사진 찍으라고 말씀 하시던 의사 선생님이 눈빛도 어쩐지 조금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사진은 다음에 찍겠다고 말씀 드리고 또 근처에 있는 신경과에 갔습니다.
우연인 지 그 신경과 선생님은 제 선배님이 되실 분이었습니다.
지난 한의원에서 입학 했다는 자랑(?) 에도 불구하고 냉랭한 분위기를 기억한 저는 그냥 별 이야기를 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수전증 이야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원장님은 저를 잠시 째려(?) 보시더니 일어나서 서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더니 (선을 따라서 ) 똑 바로 걸어봐라. (눈 감고 ) 한 발로 서 봐라, 내가 왼쪽으로 머리를 돌릴테니 오른쪽으로 머리를 돌려봐라.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은 모두 신경학적 검사였습니다.
( 미국에서는 술 먹고 운전하다가 걸렸을 때 이런 검사를 한다고 하네요 )
다시 저를 째려 보시더니 괜찮다고 말씀하시더니
너무 걱정 말고 수전증이 더 심해지면 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대학 들어가서 술 좀 적게 먹어라 뭐 그런 말씀도 하셨던 것 같습니다. ( 담배 이야기는 안 하신 걸로 .. )
그 후 제가 누구에게 더 믿음이 생겼는 지는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제가 그 때 나이가 갓 20살 때였습니다. 가장 건강하고 가장 빠를 때 였었습니다.
60살 쯤 되서 수전증이 와서 병원에 갔었으면 아마 다른 검사나 처방을 하시지 않았을 까 생각을 합니다.
며칠 전 대한 한의학 협회장님이 많은 기자들이 있는 가운데 초음파 골밀도기 시연을 하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h9eXBg6v-0
여기에서 한의사들이 현대 의료 기기를 사용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열외로 치겠습니다. 워낙 논쟁 거리가 많아서요.
하지만 한의학 협회장님의 이런 태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일단 환자군이 잘 못 되었습니다.
29세 남자라고 알려져 있는 데 - 협회에서 일하는 직원이라고 들었습니다 - 아시다시피 그 나이에는 골다공증이 거의 오지 않습니다.
골다공증은 주로 폐경 된 여성들에게 많이 오고 젊은 남자들은 참 드뭅니다.
두 번째는 검사 결과가 잘 못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T-score 가 -4.4 나왔는 데 이 정도면 엄청난 골다공증 수치입니다. 제 폐경기 환자 중에서도 이 정도 수치는 보지 못 한 것 같습니다.
일단 이 나이 남자에게 이런 수치가 나온다면 수치가 잘 못 되었다는 생각을 먼저 했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기자 회견 속의 회장님의 모습에서 이런 모습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결론적으로 폐경 된 지 얼마 안 된 환자이거나 혹은 이유 없이 뼈가 자꾸 골절 된 환자 아니면
우연히 엑스레이를 찍었는 데 뼈 사진이 좀 이상해 보이는 사람에서 이런 검사를 루틴으로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만
이런 경우 아닙니다
(사실 산모를 많이 보는 저의 경우 산모들도 일시적으로 골 다공증이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절로 다 좋아지기 때문에
진짜 산모가 엄청 애걸 복걸 하지 않으면 검사를 안 하죠.)
아무튼 제일 중요한 것은 환자의 과거력과 병력을 물어보는 것이고 거기에 맞추어서 검사를 나가야 합니다.
자꾸 밥그릇 싸움이라고 폄하 하시고 본질을 벗어나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 데 세상에 밥그릇 싸움이 아닌 게 무엇인 지 반문
드리고 싶습니다.
밥그릇 싸움 만큼 확실하고 구성원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다른 일이 또 뭐가 있겠습니까?
참고로 세상에 제일 믿을 수 없는 게 사회적 정의나 당위성 그리고 도덕적 의무감 그런 것 들입니다.
다만 서로의 의견을 표출하고 제안하여 '어떤 집단의 의견이 옳은 가?' 결정 하는 일이 나머지 구성원의 몫이겠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사실 이건 한의사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환자가 오자마자 비싼 검사를 권유하는 의사는 좋은 의사일 리 없습니다.
이런 행위는 의료비를 올리고 오히려 진단을 헷갈리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환자 분 들도 일어 날 가능성이 0.1% 인 것 까지 불안해 하지 맙시다.
이런 불안감은 의사들에게 불안감을 전가 시키고 검사를 더 시키게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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