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다린이아빠 2014. 5. 5. 00:41

지난 4월 15일 오후 9시경 인천여객터미널을 떠나 제주도로 향하던 6,800톤급

<세월호> 여객선이 16일 오전 8시 50분경 진도 앞바다 병풍도 인근 맹골수도를

지나다 침몰하였습니다.

 

그날 저는 수술방 휴게실에서 수술 하나를 마치고 티브를 보고 있었습니다. 조금은

걱정을 했지만

 

1) 사고 난 지점이 우리나라 인근 해역 섬 사이 이고

 2) 배가 폭탄에 폭파 된 것도 아니며 그리고

3) 세월호가 풍랑에 금방 뒤집힐 작은 배도 아니였기에

큰 걱정은 안 했습니다.

 

아 물론 그 날 날씨도 맑았고 바람도 강하지 않았으며

더욱이 아직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완연한 봄 날씨로 추위가

어느 정도는 가셨기에 더욱 더 안심하였습니다.

 

 – 하지만 이 생각은 나중에 아주 잘 못 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바닷물의 온도는 11도 정도 밖에 안 되었습니다.

아 물론 구명 조끼만 입는다면 한 6시간은 버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1 시간도

어렵습니다. 이 정도 수온이면 구명 조끼를 입지 않으면  15분을 견디지 못합니다. -

 

아마 제 기억에 다른 선생님들도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뉴스를 보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수술이 끝나고 다시 휴게실로 다시 왔을 때 역시 예상대로 ‘학생 전원 구조’

라는 속보가 떴고 저는 아무일 없듯이 다음 수술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다음 번 수술이 끝나고 휴게실에 들어왔을 때 아무도 누워 계시는 분이

없더군요. 다들 똥그랗게 눈을 커다랗게 뜨고 정자세로 뉴스를 듣고 있었습니다.

제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이미 티브 화면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추신수나 류현진의 메이저 리그 경기나 가벼운 영화를 보면서 쉬고

있어야 될 휴게실 분위기가 침울하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사고가 나고 나서 언론에서 배가 침몰한 원인 그리고 침몰 후 구조의 문제점에

대해서 다양하게 지적질을 하였습니다.

언론에서 쉴 새 없이 토해 내는 기사를 접하다 보면 그런 사고가 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나기 전에는 아무도 예측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사고를 예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데 항상

예견된 인재라고 하는 것도 저에게는 참으로 미스터리한 일입니다.

 

 사고 여객선에는 수학여행 중이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현재도 언론이 너무나 단원고 학생들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어 아마 학생이 아닌

탑승자들에게도 관심을 두어야 겠지만 저 같이 학교를 다니는 어린 자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학생들에게 더 측은지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아마 평소 과도한 학업 부담에서 조금은 벗어나 학교 수업도 빠지고 학원도 잠시

쉬면서 평소 동료이기도 했지만 내신 경쟁자로서의 친구들과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에서 들뜬 기분으로 향하는 제주도 수학 여행이었을 겁니다. 뭐 어쩌면 평소

좋아하는 학교에서 먼 발치에서만 쳐다보던 마음에 담고 있던 이성 친구를 학교

아닌 곳에서 보는 즐거움도 있었을 겁니다.

 

 저도 수학 여행을 가봐서 알지만 공식적인 학교 생활과 학업 생활에서가 아닌 또

다른 공간에서의 친구들의 만남은 많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아주 당연하게도

공부하면서 지내는 모습과 놀 때의 모습은 사뭇 다릅니다.

 

학교 수학여행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대학 위주의 입시제도 하에서는 친구들과의 수학여행은 어느 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친구들과 여행을 가도 고등학교 때

같지는 않습니다. 아는 사람은 아시겠지만 친구와 노는 것도 때가 있는 법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이러한 설렘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지옥으로 변했습니다.

그럼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이런 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무한 경쟁 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그렇다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사회는 조금만 미끌어지면 살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이런 사실은 쌍용 자동차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직장을 잃거나 큰 일을 당해도 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기초 생활만이라도 보장만

해 준다면 사람들은 그렇게 무한 경쟁을 하지 않고 자기의 삶을 조금은 여유롭게

영위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 지금 돈을 많이 벌고 있어도 기회가 있으면

더 많이 벌려고 하고 또 돈이 없으면 최소한의 생활을 하고자 당연히 많이 벌려고

합니다.

 

제 친구들 중에서도 돈을 많이 버는 친구들이 있는 데 남들이 말하는 억대 연봉을

벌어도 불확실한 과거 때문에 많이 무리를 하고 실제로 돈도 별로 안 쓰고 삽니다.

조금 늦게 간다고 해도 생활만 보장이 된다고 하면 이정도 까지는 아닐겁니다.

 

지금 속속들이 드러나는 여러 정황 상 배의 연령이 늘어난 것이나 법을 어기면서

까지 배에 적재를 많이 한 것 선장과 거의 모든 직원들이 비 정규직인 것들 모두

이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사고가 났을 때 조차 구조가 늦어지고 특정

기업과 계약을 한 것 등등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그렇게 많은 공부를 강요하는 분위기 역시 그 공부로 크게 출세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학벌이라도 최소한으로 획득하여 최소한의 생활 만이라도 보장

받고 싶어하는 부모의 마음이 반영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 장치만 만들었더라면 이런 사태가 오지

않았을 까 생각해 봅니다.

 

아무튼 한국에서 작동하는 무지의 베일은 ‘누가 불행해 질 지 알 수 없다’ 라는

전제가 아니라 ‘ 내가 저렇게 불행해 질 리가 없잖아?’ 라는 맹목인 거 같습니다.

 

이제는 파이를 그만 좀 늘리고 분배에 신경을 써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어른들의 돈과 자본에 대한 탐욕이 이런 사고를 만들었지만 사고 당시

학생들은 어른들 보다 나았습니다.

 

한 학생이 찍은 마지막 동영상에서 한 학생은 마지막 남은 구명 조끼를 다른

친구에게 양보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물론 배안에 갖힌 친구를 구하기 위해 다시

들어간 학생도 있고 매점 아르바이트 생이지만 최후 까지 학생을 구한 분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장면을 듣기만 하다가 직접 보게 되니 정말 뭉클하였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라면 그렇게 못 할 것 같았습니다.

 

그 동영상이 끝나고 아마 그 들은 저체온증으로 그렇게 갔을겁니다. 전기도 꺼지고

물이 점점 더 가득찬 선실에서 추위에 떨면서 갔을 그네들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찢어집니다.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을 위한다며 게임 접속까지 막는 정부가 왜 그렇게

많은 학생들의 생명은 못 지켰는 지 한심하고 부끄럽습니다.

 

그네들의 삶을 생각해 보면 태어나서 기껏 17년 정도 살았을 텐데 그 험한 기간

내내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며 못난 사회에 대해 불안해

하다가 간 것입니다. 심지어는 믿고 의지해야 될 옆의 친구들 마저도 경쟁하느라

지친 서로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상황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고작 나온 대책이 수학여행 금지입니다.

 

기업에서 갑을 관계 폐해가 심하다고 하니 계약서에 갑을 관계를 적지 않도록 하고

수행하던 인턴 성추행 한다고 여자 인턴 안 뽑고

 학생들 자살 한다고 학교 유리창에 쇠창살을 더하고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부실 건물이 무너지니 신입생 오티를 없애는

것과 무엇이 다른 지 모르겠습니다. 


아 여기에 한 가지 더 청소년 게임 많이 한다고 셧다운제를 만들었습니다. 

정말 굉장한 대한민국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 낫겠습니다


인터넷에 누가 수학 여행을 없애겠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말하며

자기는 바다를 없앨까바 걱정했다는 말을 듣고 허탈 웃음이 나오더군요.

 

만일 단원고 학생들이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돈만 아는 나쁜 어른들이 없고, 하고 싶은 공부만

열심히 해도 되고, 좋아하는 이성이랑 연애도 많이 하고 아무튼 원하고 하고 싶은

것 맘껏 하는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또 다시 태어났는 데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서만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 강요당하는 지금의 대한민국 같은 나라라면 그들에게는 너무 가혹할 것입니다.

 

부디 돈만 많은 나라 돈만 좋아하는 그런 사회가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주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길 것 같지 않은 그런 나라에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앞으로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될 것입니다.

 

참고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고리원전도 가동을 중지하고 완전히 폐쇄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능만 하다면 다른 원전도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고리원전만은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 나라는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놀면 안 되는 나라입니다.

 

마지막으로 못 다 피고 진 작은 영혼들의 명복을 빕니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후가 매우 궁금하네요  (0) 2014.05.10
Dog driving a car  (0) 2014.05.10
김밥  (0) 2014.04.22
풍덩  (0) 2014.04.13
우장춘   (0) 2014.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