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백설공주, 콩쥐, 심청이 그리고 장화 홍련 이들의 공통점은?
과연 무엇일까요.
여자, 처녀
뭐 그럴 수 있겠지만 또 한가지가 있죠.
바로 계모 밑에서 자라났다는 점인데 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이들은 모두 어머니가 자식을 낳다가 돌아가셨고 제 생각엔 출산 중 혹은 출산 후 과다 출혈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그 중에 장화 홍련을 빼 놓고는 모두 첫째 아기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다 아시다시피 첫째 애 낳기가 둘째 혹은 셋째 낳는 것 보다 훨씬 더 어렵고 위험합니다.
( 제 생각엔 장화 홍련이를 빼 놓고는 임신성 고혈압도 어머니 사망의 큰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니까 임신성 고혈압으로 인한 출혈 )
아마도 과거에는 지금 보다도 훨씬 임신으로 인한 출혈이 더 심했을 것이고 수혈이라는 개념도 없었을 테니 지금 보다 훨씬 적은 출혈로도 산모가 사망했을 것입니다.
역사책에서도 임신 중 사망은 흔히 볼 수 있는 사건으로 최근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는 조여정 주연의 ‘후궁’ 이라는 영화에서 정찬이 역할을 하는 실제 모델이라고 생각되는 인종 그 인종의 어머니인 장경왕후( 중종의 부인 )도 인종을 낳다가 사망을 합니다. 그래서 중종이 문정왕후를 들이게 되고 결국 기이하게도 인종은 왕위에 오른 지 1년 만에 사망을 하고 그 동생이자 본인의 아들인 명종이 즉위하게 되어 수렴 정치를 하게 됩니다.
삼국시대에도 김춘추의 첫째 부인이었던 보량 공주도 애기를 낳다가 사망을 하게 되고 그 비슷한 시기에 김유신의 동생인 문희 (우리나라에서 꿈을 사고 파는 이야기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일 것이다. 오줌을 누었더니 경주가 물 바다가 되었다던. 그런데 실제로 꿈을 꾼 것은 맏 여동생 보희 였는데 동생 문희가 그 언니 보희가 꾼 꿈을 사 후일 왕후가 되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아무튼 많이 길어졌는데
지난 주에 저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산모는 임신성 당뇨가 의심되었지만 큰 문제가 없이 혈당 조절이 잘 되고 있었고 분만도 자연 진통으로 잘 진행되었습니다. 물론 진통 중 출혈이 좀 되고 있기는 하였으나 뭐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였는데
문제는 분만이 되고 나서였습니다.
출혈이 멈추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아래쪽이 조금 찢어지기는 하였으나 그리 심하지는 않아서 그냥 봉합을 하고 있는 데 계속 출혈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처음에는 좋았던 것 같았던 자궁의 수축도 나빠지는 것 같고
수혈이 필요하였지만 문제 없는 분만이라 수혈 준비를 하지 않았고 피를 준비하기 까지 시간이 흘렀습니다.
결국은 분만 40 분 만에 수술을 하기로 결정을 하였고 그 사이에 피는 약 4리터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몸에서 출혈이 거의 피 색깔이 아니라 물 처럼 나오더군요.
( 이 경우 파종성 혈관내 응고장애 ( 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opathy, DIC ) 라고 해서 피가 멈추지를 않게 됩니다 )
물론 출혈이 심해지면서 혈압이 떨어지고 맥박이 많이 뛰고 그랬죠.
저희 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와 전문의 그리고 모든 분만실 간호사 등 모든 산부인과 선생님이 출동이 되었고 수술 방에서는 수술방 나름대로 우리 병원의 모든 마취과 선생님이 준비를 하였습니다.
결국 자궁을 절제하였고 양수 색전술을 시행 받았고 적혈구를 13 봉지, 혈소판을 15개 그리고 출혈을 방지하는 약 그 후 몇 가지 시술 후 환자는 중환자실로 들어갔고 그 후 좋아졌습니다.
우리 측 계산으로도 출혈은 약 5 리터 이상 ( 사람 몸의 피가 약 5 리터쯤 되니까 몸 전체의 피가 다 바뀐 것 ) 난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세브란스 병원이나 저희 병원에 부임했을 때 타 병원에서 이런 일로 전원된 경우는 많았으나 제가 직접 겪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만일 나이가 많은 사람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출혈이 되었다면 아마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만일 밤이나 혹은 의사들이 없는 주말에 있었거나 혹은 피가 준비 되지 않는 개인 병원에서 발생하였다고 해도 몹시 위험했을 것입니다.
제가 여기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산부인과 적 응급 상황은 팀 플레이가 잘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만 혼자 있다고 해결 될 수가 없습니다.
산부인과 레지던트 선생님도 있어야 하고 다른 전문의 선생님도 있어야 하고 분만실 간호사도 있어야 하고 마취과 의사, 수술방 간호사도 있어야 합니다.
인원이 담보 되지 않고서는 비록 이런 일이 많지는 않지만 몹시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별로 일어나지 않는 일에 항상 밤낮으로 병원에서 준비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건 아무리 큰 병원도 낮에 근무 할 때 처럼 밤에 준비를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산모들은 저절로 진통이 걸려서 자연스럽게 분만이 되기를 원하시지만 이렇게 위험한 일이 벌어질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필요하면 유도 분만도 할 수 있고 제왕 수술을 결정해야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게 다 산모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것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 이번엔 애기는 괜찮았지만 애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밤에 전문의가 없다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
다시 말씀드리지만 ‘분만’ 이거 굉장히 위험한 과정입니다.
( 가끔씩 수술 받을 때 위험함을 설명 드릴 때 잘 안 들으시는 보호자 분들이 의외로 있습니다 )
목숨이 위험 할 수도 있슴을 잘 알고 숙지하시고 의사의 설명을 잘 들으시고 결정에 잘 따라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