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미국의 약값

다린이아빠 2012. 7. 16. 00:55

우리나라에서는 약 4만원 정도 하는 내시경을 하러 미국 병원에 갔더니 가격을 듣고 나서 차라리 비행기 타고 한국에 가겠다고 말한 손석희 교수의 말이 아니더라도 미국 의료비가 비싸다는 것은 이제 거의 모든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의료비 중 행위료가 아닌 단순 약값을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이상하게도 약의 많은 부분이 미국에서 개발되어 미국에서 판매되는 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약값은 주변국 캐나다 보다도 비싸고 우리나라 보다도 비쌉니다.

 

당연히 운반비나 로열티 같은 것이 없을 텐데도 말이죠.

 

이렇게 미국의 의료비가 천문학적으로 상승하는 데 약 값도 큰 몫을 합니다. 미국은 전체 의료비의 약 12%을 약제비로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는 데 2009년 현재 전체 의료비 2 5000억 달러 중 3000억 달러 정도를 약 값으로 지불 한다고 합니다. 우리 돈으로 약 330조 원 정도인데 같은 해 우리나라의 약제비가 17조 원임을 감안한다면 양측의 경제 규모를 고려한다고 해도 굉장히 큰 액수 입니다 (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약 사용량이 많은 지 감안 하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

 

결국 전세계 의약품 시장은 약 8000억 달러 정도인데 미국이 35% 정도 되는 것이고 이는 유럽 전체를 합친 것 보다 더 큰 규모라고 합니다.

 

우리 산부인과에서 사용되는 개별적인 약을 비교해 보면

 

Zoladex 라고 자궁 내막증 환자에서 수술 후 혹은 자궁 근종의 크기를 줄이려고 사용하는 주사제가 있습니다. 혹시 맞아 보신 분이 있으실 지 모르겠는데 배에다가 맞는 굵은 바늘 약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16만원쯤 하고 보험이 된다면 그 8만원이면 됩니다.

 

제가 알아보니 미국은 269 달러 ( 32만원 ) 그리고 캐나다는 199  달러 ( 24만원 ) 입니다.

 

그래서 그런 지 제 환자 중 외국에서 와서 수술을 받고 이 약이 필요한 사람이 3명 있었는 데 모두 우리나라에서 약을 사갔습니다. ( 물론 외국으로 나가게 되면 비 보험으로 처방이 됩니다. 그래도 싼 편이라 )

 

상대적으로 보험 적용도 우리나라가 더 잘 되는 편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의사가 몇 가지만 채워 넣으면 되는 데 외국은 전화를 일일이 걸어 보험이 될 지 물어 봐야 한다는 군요. 물론 삭감이 되면 다 의사 책임이니까 미리부터 비 보험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우리가 제일 많이 쓰는 루프 ( intrauterine device ) 미레나의 경우 이것이 피임 목적일 경우는 보험이 안 되지만 생리 과다나 혹은 생리통에 사용 되는 경우도 있는 데 이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보험이 됩니다.

미국의 경우 약 849 달러 ( 100만원 이상 ) 이지만 각 병원 별로 차이는 있어 약 450-500 달러 사이에서 팔린다고 합니다.

 

 

 

                       --> 이게 미레나

 

여기에 자궁내에 루프를 넣게 되는 행위료 그리고 의사를 만나서 지불해야 되는 Doctor’s fee 가 포함됩니다. ( 거의 100만원 가까이 됩니다 )

 

우리나라는 이런 거 다 합쳐도 보험만 적용 된다면 8만원이면 됩니다. ( 보험 안 되도 16만원이면 됩니다 )

 

의약품은 모두 영리 제약 회사에 의해 생산 판매 됩니다.

 

잘 모르시겠지만 의료 산업은 무기 산업군, 가전,전자 반도체 산업군 과 더불어 세계 3대 산업의 하나라고 합니다.

 

더구나 제약회사의 수익성은 매우 놀라운 것이어서 제약 산업의 매출액 대비 수익성은 15-20%에 이릅니다. 세계 500대 기업의 평균 이익율이 3.1% 임을 감안하면 거의 5배가 넘는 놀라운 수치입니다.

 

최근에는 포춘 500대 기업에 오른 10대 제약회사 순이익이 (359달러) 나머지 490개 기업 순이익 (337달러 )를 넘어 서기도 했습니다.

 

제약 회사가 막대한 이윤을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데 많이 투자 한다고 하는 데 실제로는 고작 1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특히 미국은 유독 약값이 비싸기로 유명한데 미국인이 동일한 약을 복용하는 데 캐나다 보다 72%가 비싸고 영국보다 60%가 더 비싸다고 합니다.

 

이 차이는 영국과 캐나다는 공공 의료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미국은 상업화된 의료 체계를 갖춘 것이 그 이유입니다.

 

장하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동 구매를 통해서 가격을 낮추는것입니다.

 

즉 캐나다나 영국은 나라 전체가 제약사와 협상을 통해서 약 값을 결정하게 되는 데 미국은 개별 보험 회사가 일일히 협상을 하다 보니 약품 별로 가격도 다르고 더  비싸게 매겨지게 마련입니다.

 

( 병원에 근무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약 사는 것은 책 사는 것과 많이 유사 합니다. 같은 제약 회사 제품은 미래를 보고 한 번 사용해 보라고 끼워 팔기도 하고 좀 싸게 주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공적 의료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나라일수록 국민의료비를 적정하게 잘 관리 합니다. 어떤 의료 시스템을 갖추느냐가 그 나라의 의료비 규모를 결정합니다

 

제약회사의 과잉 이윤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의약품에 대한 특허제도입니다. 신약에 대한 특허 제도는 20년간 독점적 가격을 보장합니다.

 

이런 제약 회사의 천문학적 이익을 지켜 주는 20년간 독점 제도를 다국적 제약 회사에서는 부족하다면 특허를 연장하려고 노력하는 데 안타깝게도 한미 FTA에서도 이들의 요구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바로 특허허가 연계제도라는 것인데 이 제도는 사실상 특허권을 1-2년 연장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 건강보험의 약값 지출을 늘려 재정 압박을 가져올 것이고 그만큼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떨어질 것입니다.

 

의료보험 절대로 들지 마라책 참조. 김종명 저, 이아소 출판사